세월호 추모 침묵시위 진행한 문경원씨

 

 세월호 참사 책임을 서로 미루는 무책임한 어른들을 향한 무거운 침묵이 시작됐다. 침묵시위를 기획한 문경원(독문·13)씨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학생 3명을 포함한 시민 약 50명은 4월30일 오후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모였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침묵의 의미로 마스크를 쓰고, 노란 리본을 묶은 흰 국화를 들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선내에 방송됐던 ‘가만히 있으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도 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해 명동을 거쳐 시청광장까지 행진했고, 도중에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합류하면서 약 2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시청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한 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친구와 함께 이번 침묵시위를 기획한 문 씨를 4월30일 서면으로 만났다.

 문 씨는 시간이 지나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고 사고와 관련해 마땅히 문책 받아야 할 사람들도 슬그머니 책임을 회피할 것을 염려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이 화가 나고 슬펐어요. 사고가 일어나고 일주일 뒤, 더 이상은 이런 슬픔에 빠져 무기력한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가만히 있으면 또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날 것 같았거든요. 저라도 나서서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침묵시위의 시발점은 문 씨가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 올린 추모 행진에 나서자는 글이었다. 글을 읽은 많은 사람이 문 씨에게 함께 시위에 참여하겠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침묵시위에 앞서 학관 등 교내에 대자보를 붙였고, 침묵시위 당일 본교 정문에서 침묵시위 참여를 유도하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도 진행했다.
“시위 방법에는 구호를 외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희는 침묵을 택했죠. 시위 목적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참여할 사람을 모으는데 하루도 채 안 걸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줬어요.”

 침묵시위는 3일에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그는 계속해서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거리로 나오기를 바라며 세월호 참사 수습이 마무리 될 때까지 침묵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침묵 행진과 같은 행동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책임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무고한 희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에요.”

박진아 기자 jina323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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