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화의 교정은 고온의 봄바람에 신록의 어린잎이 꽤나 일찍 돋아났고 진달래, 개나리, 목련 등 형형색색의 봄꽃도 만발했다. 이렇게 여유롭고 아름다운 교정의 풍경 속에서도 우리의 발걸음은 멈춤이 없다. 왜 그럴까?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쉼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생활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 시대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기대하기란 그리 쉬울 것 같진 않다.
 
   몇 년 전부터 무용과 과목으로 <몸과 움직임 읽기>를 강의하고 있다. 여기서는 몸 관찰을 통한 자기 발견, 몸의 연결성과 역동적 정렬, 몸으로 행하기와 멈추기, 몸으로 감정표현하기, 공간과 조화롭게 놀기 등 춤추기의 기본원리를 다룬다. 지난 주 이 수업에서는 그동안 내달았던 교실 수업에서 벗어나 야외 수업으로 잠시의 멈춤을 시도했다. 학생들에게 야외로 나가 꽃과 건물, 조각과 사람 등 자연이나 물체 혹은 다양한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무엇을 보았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를 글로 표현해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봄바람 난 처녀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뛰어 나간 학생들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세밀한 관찰 내용을 묘사했고,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쳐 보지 못했던 이화의 아름다운 환경과 신기한 광경이 더 많이 보였다.”, “어떻게 관찰해야할까 어려웠지만 바람에 살랑거리는 작은 꽃잎 하나도 새롭게 느껴졌고 영롱한 색들로 나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사람들의 걷는 모습과 몸짓은 그들의 상황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박물관 앞에 자리한 둔탁한 돌 조각상은 느낌이 없었다.”, “즐거웠고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행함을 통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말로 들렸고, “나는 듣고 잊는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행하고 이해한다.”는 중국의 격언을 기억하게 했다. 그리고 몸 감각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읽어낸 헬렌 켈러의 감동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헬렌 켈러는 촉각으로 말(언어)을 보았고, 피아노 위에 손을 얹어 진동을 느끼며 음악을 들었으며, 얼굴과 손으로 공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무용수들의 춤을 보곤 했다. 오직 몸의 느낌으로 경험했고, 몸의 느낌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켈러에게 몸의 감각은 정신적 차원에 속해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지성이 담기게 되었다. 켈러의 사례는 나로 하여금 “이화여, 춤추라. 자신의 몸에 지성을 품게 될 것이다.”를 외치게 한다.

- 몸으로 관찰하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눈으로 관찰하는 기존 방식에서 차원을 높여 오감을 동원시킨 몸의 관찰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몸은 사고의 도구가 된다.
- 몸으로 들어라. 음악이 들릴 것이다.
  춤추는 몸에서 리듬과 화음을 느낄 수 있다.
- 몸으로 그려라. 그림이 보일 것이다.
  춤으로 그림 속의 선과 색을 그리면 그림의 감성을 보게 될 것이다. 
- 몸으로 읽어라. 시와 소설이 읽힐 것이다.
  시와 소설의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면 쉽게 읽을 수 있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 몸으로 만들어라. 조각과 건축이 보일 것이다.
  조각과 건축의 선과 손쓰기의 과학으로 춤추기를 하면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것이다.
- 몸으로 형상화하라. 기하학이 이해될 것이다.
   커다란 사면체와 팔면체, 정육면체와 이십면체의 중심에서 꼭지점을 찍어가며 춤추기를     시도하라. 입체도형의 형상화를 실현할 것이다.
- 몸으로 멈춰라. 쉼이 느껴질 것이다.
   쉼이 없이는 삶이 없고 삶이 없이는 쉼이 없다. 쉼이 없이는 춤도 없고, 춤이 없이는 쉼     도 없다.
- 몸으로 느껴고 표현하라.  춤추는 몸에서 지성을 볼 수 있다.
   감정이 북받치고 오감과 육감이 융합되는 창조적 사고가 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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