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내일인데 이제 전공책 첫 장 펼쳤다.’
  ‘과제가 자정까지인데 10시까지 잠만 잤다.’

  중간고사와 과제 제출 기간이 집중돼 있는 4월, 시험기간까지 2주 남짓한 기간동안 학생들의 머릿속은 근심으로 가득 찬다. 시험 날짜와 과제 제출 날짜가 이미 정해져있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할 일을 미루다 그 직전에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민아(광홍·12)씨는 “시간이 없으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결국 미루고 미루다 마감 직전에야 급하게 벼락치기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왜 늘 벼락치기에 쫓겨야 할까? 본지는 중간고사를 맞아 벼락치기의 원인인 미루기 습관의 이유와 해결 방안을 책을 통해 살펴봤다.

△우리는 왜 일을 미룰까?

  미루기 습관은 사람들의 잘못된 현실 인식 즉, 현실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다. 잘못된 현실 인식이 사람들에게 왜곡된 현실 이미지를 심어주고 비정상적인 심리를 불러일으켜 ‘미루기’라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벼락치기를 어려움을 극복한 드라마라고 믿는 사람과 세상에 완벽이 존재한다고 믿는 완벽주의자가 그 예이다.

  벼락치기에 중독된 사람은 자신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벼락치기가 몸에 벤 사람을 두고 「굿바이 미루기」의 저자 제프리 콤(Jeffery Combs)은 ‘극적인 것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위기를 극복했다는 만족감에 벼락치기를 반복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일을 미루며 “나는 압박감을 느껴야 일을 잘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콤은 ‘극적인 상황을 극복했다’는 성취감이 벼락치기에 중독된 사람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급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함이 존재한다고 믿는 ‘완벽주의자’ 역시 상습적으로 일을 미룬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비판적이며 실패를 극도로 싫어해 실패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일을 외면해버리기 때문이다.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의 저자 한스 베르너 리퀘르트(Hans-Werner Rueckert)는 이들이 어떠한 일을 시행할 때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경우, 아예 일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고 설명한다.

△왜 ‘미루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가볍게 시작된 미루기 습관은 심리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심리적 보상으로 미루기를 반복하게 만든 뒤 부정적인 감정으로 미루기의 굴레 안에 가둔다.

  일을 미룸으로써 받은 ‘심리적 보상’은 미루기를 정착시킨다. 사람은 특정 행동에 보상이 따르면 그 행동을 반복하므로 이 보상이 미루기를 습관으로 굳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을 미룸으로써 하기 싫은 일, 고통스러운 일을 잠시 피하게 되고 순간적으로 나마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콤은 일을 미루고 다른 일을 하면서 망각하는 긴장감이나 얻는 즐거움이 개인에게 일종의 보상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미루기 습관은 ‘감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사람들을 그 안에 가두기도 한다. ‘감정의 악순환’은 한 행동에서 비롯된 감정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그 결과에서 따른 부정적인 감정이 또 다른 행동의 시작을 막는 사이클을 의미한다. 콤은 이 악순환이 미루기를 일상의 일부로 만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일을 미루며 ‘역시 나는 못해’, ‘내가 또 미뤘다’, ‘내가 그렇지’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감정의 악순환이 ‘학습된 무기력’을 형성해 일 전체의 효율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미루는 습관은 고칠 수 없다?

  ‘미루기’는 고칠 수 있다. 미루기는 행동과 보상을 통해 후천적으로 생겨난 습관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실행하라 나우」의 저자 닐 피오레(Neil Fiore)는 책을 통해 미루기를 고칠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피로레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알 것’을 조언한다. 이에 그는 ‘미루기 일지’를 제안한다. ‘미루기 일지’는 자신이 어떤 일을 미뤘는지, 왜 미뤘는지, 미루면서 든 생각은 어떤 것인지를 기록하는 일기다. 사람들이 자신이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는 인식하지만 어떻게, 어느 정도로 이용하는지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기록을 토대로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이용하는지에 관해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아는 것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색다른 계획표로 습관을 바꿀 수도 있다. 피오레는 일의 시작을 늦추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거꾸로 계획표’를 추천한다. ‘거꾸로 계획표’는 현재를 시작으로 마감일까지 예상하는 일반적인 계획표와 달리 마감일을 기준으로 해야 할 일을 거꾸로 써내려가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25일까지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공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24일에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를 적는다. 그 다음에는 23일에 어떤 공부를 할지, 22일, 21일에서 현재 순으로 계획을 상세히 적는다. 피오레에 따르면 이렇게 계획을 세우면 ‘이걸 언제 다하고 무엇부터 하지’라고 든 생각이 ‘3장을 오늘 공부하면 된다’로 바뀐다.
  이제 곧 시험기간이 다가온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계획을 세워 하나씩 공부해야할 시기다. 우리 생활을 얽매고 있는 미루기 습관을 이번 시험부터 뿌리뽑아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밤샘공부로 피곤한 시험기간과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민소영 기자 mins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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