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교 명의 빌려주시면 사례합니다’
  ㄱ씨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 게시판에 대학원생 B급 조교 명의를 구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ㄱ씨는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지만 등록금의 반액 밖에 감면 받지 못했다. 남은 등록금 반액을 충당하기 위해 그는 다른 사람의 조교 명의를 빌려 추가로 장학금을 받는 방법을 택했다. 글을 게시하고 2주 뒤, 명의를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 후 그의 이름으로 B급 조교를 신청한 ㄱ씨는 자신이 대신 일하면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장학금’을 받아 자신의 등록금을 해결했다.

#2. 주위에서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박사과정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ㄴ씨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교 명의를 구하는 글을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 게시판에 올렸다. 4학기 차로 논문학기 등록생인 그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직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특히 논문학기 등록생은 조교를 할 수 없다는 학칙 때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조교를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B급 조교를 구하고 그 대가로 10만원을 사례했다.

  본교 대학원생들이 조교 장학금을 받기 위해 명의를 사고팔고 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3개월간 조교 명의 매매 글만 10건 이상 올라왔다. 공개적으로 올리지 않고 알음알음 행해지는 거래는 포함되지 않아 이 같은 불법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다.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는 10~15만원. 조교 명의를 빌린 학생은 타인의 이름으로 조교를 신청한 뒤 조교 장학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건네받고 조교 근무를 대신한다.

  그러나 사례금을 주고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 혹은 업무방해죄로 간주될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라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조교를 구하고 장학금 형태의 이득을 취하는 것은 형법 347조 사기죄와 형법 314조 1항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은 ▲학기 별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제한 ▲수료생(논문학기 등록생, 추가학기생), 휴학생은 조교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교 명의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대학원생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이 주 이유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명의 매매가 불법인 줄 알지만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타인의 명의로 B급 조교 근무를 하는 ㄷ씨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데 조교를 하더라도 등록금조차 완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 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작년 2학기 본교 일반대학원의 평균 등록금은 약 573만원이다. 그러나 조교장학금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최대 480만원(학과조교 1개)으로, 약 93만원은 외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ㄱ씨는 “본인 명의로만 조교 일을 해서는 등록금을 충당할 수 없어 명의를 빌렸다”고 말했다.

  본교 대학원 학생조교 장학금은 학과조교와 A~C급 조교로 나뉘어져 있으며 본교 규정상 지급 가능한 장학금 액수는 등록금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 이 규정 때문에 조교 근무를 중복해서 선택하는데 제한이 있다. 올해 1학기 기준으로 학생 조교의 근무형태는 ▲학과조교 1개 ▲A급(주당20시간) 1개 ▲B급(주당 10시간) 2개 ▲B급 1개, C급(주당 6시간) 1개 ▲C급 2개 중 선택할 수 있다.

  휴학생, 수료생(논문학기 등록생, 추가학기생)은 조교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명의를 빌리기도 한다. ㄹ씨는 “생활비, 등록금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많은데 논문학기 등록생은 아예 조교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명의를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교내 학과 사무실도 이같은 조교 명의 거래 상황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이를 제재할 만한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교 학칙 어디에도 조교 명의를 거래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 항목은 없다. 본교 A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 조교를 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며 “불법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규정하는 학칙도 없을뿐더러 조교 근무를 잘 하면 특별히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처 장학복지팀 관계자는 “타인의 명의를 활용한 조교 근무는 엄격히 금지되며 학자금 대출 등과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대학원생의 학자금 중복대출을 금지함으로써 대학원생들의 부담이 더해졌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조교 장학금을 받으려고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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