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는 혼자에 익숙하다. 본교 곳곳을 돌아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화·포스코관 내 이화사랑의 합석문화도 혼자 밥을 먹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화의 ‘혼자 문화’는 수업시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교수가 팀플하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이미 혼자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긴 지 오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본지가 실시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본지가 지난 방학 동안 이화인 45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공강시간에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 ‘ECC 잉여계단에서 김밥을 먹는다’ 등 혼자 하는 활동은 다양했다.
 
  하지만 나홀로 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은 동시에 이화의 단점으로 개인주의를 꼽았다. 본교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개인주의로 인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다. 학생들도 이미 스스로 ‘혼자 문화’에 익숙해 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이를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한 학생은 새내기 시절 학생끼리 잘 뭉치지 않는 문화에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여대는 달랐다. 본지가 학생처 학생지원팀이 주관한 ‘자기설계 해외탐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겨울방학 다녀온 미국 여대 4곳(Barnard College, Mount Holyoke College, Smith College, Wellesley College)을 탐방한 결과 미국 여대에는 공동체 문화가 뿌리박혀 있었다. 마운트 홀리요크 대학의 짝언니제, 스미스 대학의 기숙사 티타임(Tea time)제, 마운틴 데이(Mountain day)와 같은 정기적인 학교 명절 등 함께가 혼자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곳이 바로 미국의 여대였다.

  이러한 미국 여대에 널리 퍼진 공동체 문화의 중심에는 학교의 노력이 있었다. 학교는 시설, 제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이 뭉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던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학교 차원의 명절을 지정했으며 강제적으로라도 학생과 학생을 맺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학생들을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많은 제도를 지정했다. 필자가 만난 버나드 대학의 한 학생은 “1학년 때부터 담당 선배, 교수가 맺어지는 등 학교가 학생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화의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요즘 상황에서, ‘혼자 문화’가 이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직장에 몸을 담다 본교에 온 한 교수는 “이대생은 어느 학교 출신보다 똑똑하고 일을 잘하지만 다른 동료들과 함께하는 일에 약하다”며 “팀 내에 적응하지 못하고 찾아와 일을 혼자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혼자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따라서 혼자 있는 학생들을 방관하기만 해선 안 된다. 미국 여대들처럼 이화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는 학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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