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교정엔 어느덧 꽃이 만개해 바람이 불 때마다 꽃향기가 함께 전해온다. 해마다 돌아오는 3월이고 늘 설레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필자에겐 유독 설레고 감사한 봄이다.

  1학년 때부터 4학기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눈앞에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쉼 없이 해내는 것에 지쳐서 무턱대고 1년 휴학을 결심했다. 3학년이 되어야 할 때에, 학교 대신 사회로 나가 공부 대신 일을 하면서 이화에서의 2년과는 정말 다른 1년을 보냈다.

  1년 중 여행을 다녀온 1개월을 제외한 11개월 동안, 크고 작은 기업에서 각종 보조 업무를 맡아 일을 했다. 직원들의 보조로서 작은 일을 했지만 생활 패턴은 일반 직장인과 모두 같았다. 그 생활을 세달 쯤 했을 때였을까. 필자는 절실히 깨달았다. 지금 학생이라는 내 신분과 누가 봐도 ‘청춘’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내 나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찻잔 속의 소용돌이’라는 말이 있다. 찻잔 속에 담긴 물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엄청난 회오리를 겪고 있겠지만 찻잔 바깥에서 그 소용돌이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에게 그 소용돌이는 티스푼 하나로 만들어낼 수도, 잠재울 수도 있는 작은 물회오리일 뿐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찻잔 속의 소용돌이에 갇혀 너무도 고군분투하며 눈앞에 놓인 것만 바라보며 학교생활을 하진 않았는지, 아무리 어른들이 “그때가 좋은 때다.”라며 나를 부러워해도 지금의 대학 생활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하는 말이라고만 치부하며 소홀히 듣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던 1년이었다. 매일 매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 다채로움의 소중함을 사회생활을 했던 1년 동안 아주 절실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금, 나에게는 앞으로 다시 펼쳐질 이화에서의 2년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또 다시 시작을 한 듯, 다시 입학을 한 듯 의욕이 넘쳐 즐겁게 설레는 봄이다. 모든 것에 의욕이 사라져갈 무렵 도피하는 심정으로 휴학을 하며 학교를 떠났던 그때의 내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학점 경쟁은 여전히 힘들 것이고, 가끔 다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것 같다는 압박감이 나를 조여 올 때도 있겠지만 그 부담과 압박 역시 지금 이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몇 년 전 책에서 읽고 내 인생의 좌우명처럼 여기며 살자고 했던 구절이 다시금 떠오른다.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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