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매력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기적인 윤리
성적 매력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기적인 윤리
  • 김영욱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 승인 2014.0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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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의사결정 실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당신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럽 배낭여행을 갈 꿈에 부풀어 있는 여학생이다. 취업센터 게시판을 우연히 살펴보던 중 자신의 수업시간과 겹치지 않고 시간당 수당도 굉장히 후하게 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발견하고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면접을 보게 된다. 면접관은 30대의 중간 간부였는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한다.

1. 남자친구가 있습니까? 당신은 성적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2. 여성이 직장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의 반응은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 경우를 예상한 질문에서는 62퍼센트의 여학생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따져 물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68퍼센트의 여학생이 대답을 거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재현하여 면접관이 똑같은 질문을 한 실험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모든 여학생들이 이 터무니없는 질문을 거부하지 않았고, 몇 명만이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대답의 말미에 질문의 의도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을 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자기행동에 대해서 예측을 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려서도 조직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 주변 사람의 압력, 개인의 성공 욕구 등이 결합하게 되면 용기 있는 행동을 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만약 4학년 들어 취업에 목을 맨 학생이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관에 의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상황은 더 애매해질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수업 시간에 잘 배우지 못하는 것이 있다. 시간에 쫓겨 빼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너무 대면하기가 힘들고 아득하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다. 그것은 불편하지만 결국은 맞닥뜨려야 하는 윤리의 문제다. 졸업하면 학생들은 어차피 현실과 직면한다. 수업 시간 케이스 스터디에 들어있던 포근한 현실은 말도 되지 않는 사이코 상사의 부조리, 오랜 전통으로 이어진 조직의 비리, 이미 일탈에 무감각해진 부도덕한 동료들로 촘촘히 맥락을 채울 지도 모른다. 일을 하면서 처음에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고 행했던 조그만 일탈들이 쌓이게 되면 점점 자신도 모르게 비윤리적 행위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르니 뛰쳐나올 것인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눈물을 머금고 붙어있어야 할 것인가? 이런 딜레마에 우리 학생들이 빠지지 않게 되기를 제발 바라지만, 현실은 그런 행운아를 내버려둘 만큼 자비롭지 않다.

 2009년 하버드경영대학원 학생들은 미국 경제가 기업 경영진의 온갖 비리로 인해 위기를 겪는 상황을 목격하고 기업 윤리 서약서를 만들어 스스로 서명하는 행사를 가졌는데, 이것이 전 세계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동조를 얻어내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한마디로 이런 서약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서약서 자체도 문제가 있는데, 주주의 권리와 사회적인 책임이 대립했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어느 곳에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런 서약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명확한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지, 자신이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이기적으로 쉽게 정당화 할 수 있는 윤리 문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제어하기 힘들다.

 결국 윤리의 문제는 개인의 의사결정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윤리에 대해서 어떤 나름대로의 숙성된 판단 근거를 가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깰 수 있는 것이 윤리 문제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얼마나 우리 스스로 윤리적인 의사결정에 취약한 가를 우선 깨닫는 것이다. 이러한 성찰과 함께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자신이 바라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가치와 원칙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직면해야 할 현실은 고단하고 때론 외로울 것이다(이런 말을 하게 되서 정말 미안하지만!). 하지만 미리 그것을 생각하고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스스로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둔다면, 훗날 알게 모르게 자신을 배반할 일은 줄어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