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대학보 창간 6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ECC 이삼봉홀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1954년 창간호 발행 당시를 함께한 1기 기자부터 이제 갓 이대학보에 발을 들인 91기 기자까지 참석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행사 식순 중 하나로 이대학보 퇴임기자 중 사회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은 동문에게 상패를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식 후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본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길에 올라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독일 쾰른대(University of Cologne) 병원의 정신의학과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삶의 이력만 놓고 보면 그는 온갖 도전정신으로 중무장한 사람 같아 보이지만 그간의 세월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매일 매일을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마주해야 했다.

  의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족들의 편견, 철학 전공생은 의학을 전공할 수 없다는 주변 친구들의 편견, 의사가 되어서도 동양인이기 때문에 외국인을 치료할 수 없다는 독일 사회의 편견, 그 수많은 편견 속에 항상 그가 있었다.

  편견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바꿔 말하면 상대방에 대한 무지는 편견을 낳는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판단 기준에 따라 대상을 평가하며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해 편견을 형성한다. 이에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편견은 물론 지극히 평범한 개인에까지 편견은 만연해 있다.

  한편에서는 편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덴마크에서 2000년 처음 고안돼 현재 약 70여 개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도서관은   독자가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대출하고 반납한다는 점에서 일반 도서관과 비슷하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휴먼 라이브러리의 책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는 대신 ‘사람책’과 대화를 나눈다. ‘사람책’이 된 사람들은 인종, 성 정체성, 종교, 신념 등을 이유로 편견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대출한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해소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이해가 선행됐다 해서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심어진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인다.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 마치 자기 잘못인 냥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자신이 받은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편견이 내 잘못 같았어요. 근데 그 편견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었죠.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었어요. 나를 잘 알지 못한 채 그들 스스로 만들어버린 편견에 아등바등하며 벗어날 필요가 없었어요. 내가 뜻하는 대로 나아가면 그뿐이에요.”

  그렇다. 편견에 사로잡힌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편견을 만들어낸 그들의 잘못이다. 그러니 편견에 힘들어하고 편견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하지 말기를. 마음먹기에 따라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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