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이대학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이했다. 이는 이화의 자랑이자 이화 역사의 빛나는 전통이다. 1954년 창간 이후 <이대학보>는 활자 하나하나에 땀으로써 본교 역사를 기록해왔다. 이화는 <이대학보>를 통해 끊임없는 발전과 성찰의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 본지는 민주화운동 등 한국현대사의 골곡마다 이화가 지녀야 할 시대정신을 앞장서서 제시하기도 했다. 창간 60주년이 지니는 의미는 이화의 지난 역사에서 <이대학보>가 지녀왔던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발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려는 의지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간 60주년 이후 이대학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 국내 대학은 심각한 고민에 놓여 있다. 대학마다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본분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이 한낱 직업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 때문이다. 강의실에서 행해지는 강의가 마치 대학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한문의 전당이어야 한다. 치열한 진리탐구의 정신이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곳이 대학이어야 할 것이다.
 
  이화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지금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가. 이러한 위기의 좌표 속에서 그간 <이대학보>는 이화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을 짐짓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점차 희미해져가는 이화학당의 정신을 본지가 되살려낼 길은 없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구성원들의 규모가 커지고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대학 내 소통구조는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인쇄매체로서 지녀왔던 <이대학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간 60주년를 맞이한 이대학보가 한낱 이화의 ‘추억’이 될지, 앞으로도 계속 이화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소통의 중심에 서 있을지는 오로지 자기혁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매체의 형식이 아니다. 대학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대학의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이 진정 대학답게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성의 거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이대학보>가 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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