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청춘 CEO ! <3>

▲ 0854커퍼니 대표 이민주씨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편집자주>
  2월24일, 정부는 2017년까지 고교·대학생 창업 CEO 1만 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청년 창업을 장려하고 있는 요즘, 이화인이 펼치고 있는 창업의 꿈은 무엇일까. 본지는 이번호 세 번째 연재를 마지막으로 연구처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는 이화인 CEO를 소개한다.

“왜 이 문제는 아직까지 불편한 채로 고쳐지지 않는 걸까?”
  항상 주변의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놓지 않았던 이민주(디지털미디어학부 미디어디자인전공 석사과정)씨. 옷, 생활용품 등을 사용하기 편하게 개조하는 것이 그의 소일거리다.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것들은 뭐든지 간단하게라도 실행해보고자 한다는 이 씨를 13일 저녁 ECC B214호에서 만났다. ‘창업의 시작점은 항상 나의 생활반경.’ 평소에 느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고 사용자의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그가 말하는 진짜 ‘창업’이다.

  이 씨가 가진 명함은 4개. 2년 새 벌인 창업 프로젝트가 무려 4가지다. 재작년 여름 창업한 유기농농산물유통사업인 ‘정담(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다운 이야기)’, 현재 참여 중인 공간 공유 플랫폼 사업인 ‘리스페이스(Respace)’,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유기농 먹거리 프로젝트 ‘초록잔’과 사회적엔터테인먼트기업 ‘라온터(‘즐기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다. 한 마디로 ‘창업’은 그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학부 시절 자취를 하며 느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갈증은 이 씨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어떻게 하면 저렴하고 신선한 식품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산지에서 온 좋은 농산물이 규격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많이 버려진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비싼 돈을 내도 건강한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지금의 유통 구조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어요.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에 채소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모순적으로 단가는 높아지고 있던 거죠. 그래서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정담’을 시작했어요.”

  이 씨의 첫 사업 ‘정담’은 먹거리 문화를 더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시작됐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 대형 마트에서 손쉽게 구하는 농산물에 이미 적응한 시장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통구조라는 큰 그림을 바꾸려면 보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청년 창업의 단계에서 노려야 할 곳은 큰 그림보단 작은 변화 하나하나였던 거죠. 이를 토대로 ‘초록잔’이라는 사업을 기획 중이에요. 한 달에 두 번씩 ‘0854컴퍼니’ 회의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죠. 조만간 카페에서 초록잔에 담긴 건강한 음료를 쉽게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초록잔’ 사업을 계획 중인 0854컴퍼니는 이 씨가 법학과 학부 시절 친했던 친구와 함께 꾸린 창업팀이다. ‘0854’라는 법학과 고유 학번을 따와 만든 이름이다. 이 씨와 동업자 하우정(본교 법학과 14년 졸, 성균관대 로스쿨 1학년)씨는 현재 각자의 공부를 진행하며 사업 아이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0854컴퍼니가 기획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장기적 프로젝트는‘라온터’다. 라온터는 예술적 재능이 풍부하지만 이를 펼칠 재정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예술 활동을 펼칠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씨는 올해 1월, 본교 연구처 산학협력단의 지원으로 다녀온 해외탐사를 통해 라온터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로베르네 집이라는 한 예술가모임은 허름한 건물 하나를 개조해 작업 공간, 사무실,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들의 집이었죠. 우리나라도 한류가 발전한 만큼, 이처럼 예술문화의 창작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회사(갑)-예술인(을) 관계를 깨고 제작자-아티스트-소비자가 수평관계로 맺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지 말기.’
  이 씨가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기보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정해야 삶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것이다. 창업 또한 하고 싶은 ‘직업’보단 하고 싶은 ‘일’을 꿈꿀 때 도전하기 쉽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 또한 ‘창업’을 통해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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