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와 상담 ‘불만족’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와 상담 ‘불만족’
  • 황선영 기자, 윤다솜 기자
  • 승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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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6일 상담 받아본 48명 심층 인터뷰 진행 … 형식적이고 깊이 없어

 

  작년 2학기 ㄱ씨가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와의 상담을 위해 찾아간 교수 연구실 앞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있었다. 학생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연구실로 들어가 3~5분 정도 면담을 마치고 나왔다. ㄱ씨는 “희망하는 직업만 말하고 나왔기에 면담 시간도 짧았을 뿐더러 교수도 학생의 희망 직업 외에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제의 형식적인 상담에 불만을 제기하며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와의 내실있는 만남을 원하고 있다. 본지가 3일~6일 인터뷰를 위해 연락한 4학년 학생 80명 중 실제 상담을 받아본 학생 48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상담 내용이 취업,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층 인터뷰는 ▲상담에서 받은 질문과 답변 ▲상담 시간과 내용에 대한 만족도와 그 이유 ▲제도의 좋은 점 등 상담 내용 전반에 대한 18개의 문항을 대면, 이메일, 전화로 진행했다. 동시에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 20명에게도 ▲상담 시간과 내용 ▲상담 준비 방법 ▲제도의 보완점 등 15개 문항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제는 교수와 학생 간 진로 및 취업 지도 체계를 구축하는 제도다. 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본교 경력개발센터에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학생이 전공별 특성에 맞게 전공 교수와 취업 및 진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층 설문에 응한 학생 중 70.83%(34명)는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와의 상담 내용이 취업 및 진로 고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희망하는 진로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수와의 상담 ▲상담카드를 채우는 수준의 대화 내용 ▲바쁜 교수 일정으로 인한 짧은 면담 시간 등이 꼽혔다.

  학생들은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가 학생이 원하는 취업, 진로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응답자 중 21명은 희망하는 진로가 교수의 전공분야가 아닐 경우 마땅한 조언을 얻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는 매해 단대 학장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작년에는 교수 100명이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로 지정돼 1년 간 학생 약 2900명을 상담했으며 학생은 자신의 전공 교수 중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로 지정된 교수와 연결됐다. ㄴ(생명·10)씨는 “대기업 취업 위주의 상담을 원했지만 교수의 전공 대학원 진학에 치우친 상담을 받았다”며 “학문을 하는 교수에게 취업상담을 맡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상담 자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교수들이 상담기록부의 빈칸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으로 느껴졌다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ㄷ(국문·10)씨는 “교수는 학생에게 하고 싶은 직업이 뭔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등을 묻고 상담을 마쳤다”고 말했다. ㄹ(경영·10)씨는 “상담은 교수님에게 ‘난 이런 길로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그래, 그렇게 해라’하는 정도의 대화였다”고 했다. 설문에 응한 교수 20명 중 5명은 학생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교수와 상담보다 취업 최전방에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편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ㅁ교수는 “늘 연구와 강의에 쫓기는 교수의 경우 현실경험이 제한적”이라며 “취업 관련 기업 인사나 선배를 좀 더 자주 학교에 초대해 학생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취직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짧은 상담시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41.66%(20명)는 상담 시간 자체도 적을뿐더러 상담이 일회성으로 끝나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ㅂ씨는 “경력개발에 대한 면담을 4년에 1번, 단 10분으로 끝내기에는 부족하다”며 “조금 더 지속적인 면담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직접 면담이 아닌 설문 형식의 이메일과 전화로 상담이 대체된 경우도 있었다.

  아예 제도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있었다. 본지가 심층 인터뷰를 위해 연락한 학생 80명 중 33명(41.25%)은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제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경력개발책임지도교수는 자신에게 배정된 학생들에게 연락하거나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려 학생과 상담 약속을 잡아야 한다.

  교수 대부분도 제도 자체의 의미는 좋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을 동시에 인정했다. 본지가 인터뷰한 교수 20명 중 5명은 ▲전공별 적합한 상담자료 필요 ▲교수 인원 확충 ▲교수와 학생이 만나는 방법 구체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몇몇 교수는 연구와 수업 등으로 바빠 상담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ㅇ교수는 “학생도 바쁘고 상담 앞뒤로 다른 학생과의 약속이 있을 경우 형식적 상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상담 자체는 보람있지만 약속을 잡는 과정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력개발센터는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력개발센터 측은 “교수와 우수사례 공유 및 발표를 통해 이를 독려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위한 본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학기부터는 상담 대상을 3학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몇몇 타대는 상담 기간 지속과 그 전문성 등을 강화한 취업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는 일회성 상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6년부터 ‘평생지도교수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학생이 입학부터 졸업 이후까지 한 명의 지도교수에게 진로, 취업,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상담 받을 수 있다.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는 2010년부터 금융, 공기업, 로스쿨 등 재학생들이 원하는 컨설팅 분야를 직접 골라 객원교수 및 전문 컨설턴트에게 취업 상담을 받게 하는 ‘1:1 취업진로지도 맞춤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진로지원처 김은정 계장은 “학생이 원하는 분야, 원하는 교수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