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취재기자가 중앙도서관 4층 일반자료실에서 무작위로 뽑아 살펴본 토익 문제집의 훼손 정도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본교 도서관의 수험 도서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방학 동안 관련서적 대출건이 증가하면서 훼손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4~7일 공무원시험, 토익, 토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중앙도서관(중도)에 비치된 각종 수험서 약 900권 중 400권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62.75%(251권)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문제집 훼손 정도에 따라 A, B 등급으로 나눠 기준에 부합하는 책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등급 책정은 중도 일반자료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류승윤 과장과 상의해 복구 가능 여부와 문제집으로서 이용에 차질이 없는지 여부로 정했다. 연필로 된 낙서는 지울 수 있지만 펜 등으로 필기돼 지울 수 없는 페이지가 일정부분 이상일 경우 복구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훼손 정도에 따라, A는 문제에 정답 표시와 채점이 돼있어 문제집 용도로 사용하기가 힘든 경우, B는 문제를 푸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낙서와 줄긋기가 있는 경우로 분류했다. 조사결과 A는 36%(144권), B는 26.75%(107권)를 차지했다.

  A 등급으로 분류된 책은 개인이 소유한 책처럼 낙서와 필기로 훼손된 문제집으로, 공공도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색색의 형광펜 자국이 나있는 것은 물론, 굵은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정답이 표시되거나 채점된 경우도 있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문제집 한쪽 여백에는 문제 해설을 필기해 놓기도 했다. 일부 영어 수험서에는 학생들이 문제를 한글로 번역한 낙서가 있어 공부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학생들은 문제집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ㄱ(행정․12)씨는 “토익 수험서를 대출하려다 여러 번 그어진 볼펜 자국으로 글씨를 알아볼 수 없었을 뿐더러 정답이 대부분 표시돼 있어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방학동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한 ㄴ(정외‧12)씨는 “책 일부분을 복사 하려고 했는데 인강을 듣고 필기해놓거나 줄 그어놓은 부분이 너무 많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중도 역시 실질적인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중도는 훼손에 대비해 ‘대출한 자료를 분실이나 파‧오손했을 경우에는 동일한 자료를 구입하여 변상해야 한다’는 규정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지만 엄격한 관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류 과장은 “문제집이 새로 들어와도 첫 대출 후, 낙서돼 반납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지나고 이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누가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훼손된 도서는 파손 정도에 따라 상시로 복구 과정을 거치지만 원상태로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된 낙서는 지울 수 없다. 류 과장은 “부분 복사하여 이용 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타대 중도도 학생 양심에 맡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양심에 맡기는 것이 전부였다. 1차적으로 훼손한 사람을 찾기 어렵고, 훼손 정도의 판단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세대 중도 관계자는

  “고의적인 훼손은 변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 자연훼손인지 고의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수선업무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몇몇 대학은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은 문제집 훼손으로 인해 드는 비용 및 2차 이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구입 신청이 많은 문제집 1~2권을 제외하고는 서가에 문제집 종류의 도서를 구비하지 않는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중도는 문제집 반납 시, 훼손 여부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고 있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관계자는 “문제집 훼손이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약 20년 전부터 신청이 많은 한 두 권만 참고용으로만 비치해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본교 중도는 학생에게 도서관 책은 공공도서라는 의식을 가지고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류승윤 과장은 “공공도서를 이용할 때 ‘내 책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문제집을 찾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더 깨끗하게 이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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