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취업문이 작년보다 더 좁아질 것이라고 한다. 취업정보 전문업체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30대 그룹 가운데 16곳만 대졸 신입사원을 공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포스코, KT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금융사 및 대기업 14개는 채용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했거나 아직 채용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확정한 11개 그룹들도 작년보다 1.1% 축소한 채용 규모를 발표했다. 갈수록 취업의 구멍은 좁아지고 따라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4년의 대학생활을 정리하고 이제는 사회로 나가야 할 때. 이력서에 스펙을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남들보다 좀 더 눈에 띄기 위해 취준생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본지가 만난 취준생들도 취업을 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졸업을 앞둔 김모(방송영상‧09)씨는 “취준생들은 자격증, 어학성적, 외모 등을 모두 무조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벅차다”고 말했다. 이들이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중요시 여기는 ▲자격증 ▲인‧적성 ▲컨설팅 ▲외모 등이었다. 그에 따른 취업 준비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을 졸업 하고서도 취준생들은 등록금에 버금가는 비용을 또 쓰게 된다. 취준생이 취업 준비에 쓰는 비용에 대한 고충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Ms. 자격증(언론‧14년졸)

  “취업에 있어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취준생들이 자격증을 조금이라도 더 따려고 혈안이 돼 있죠. 직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기업들은 말하지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저는 금융권을 지망해 소위 ‘금융 3종 자격증’이라 불리는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이 세 가지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어 회화 시험인 OPIc시험도 보려고 준비 중이죠. 토익도 제 발목을 잡고 있어요. 제 성적은 990점 만점에 905점이지만, 요즘엔 900점을 훌쩍 넘는 취준생이 많아 또 도전하려고요. 벌써 3번째 도전이에요.”

  150일 간 금융 3종 자격증 인터넷 강의+교재비: 49만원 금융 3종 자격증 응시료: 2만5천원×3 =7만5천원 토익 응시료: 4만2천원×3 =12만6천원 OPIc 응시료: 7만8100원 합계 76만9100원

  Ms. 인‧적성(불문‧09)

  “인‧적성 시험은 대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라면 당연히 넘어야 할 난관이죠. 삼성, 현대, SK,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기업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인‧적성 시험이 다 있어요. 기업마다 시험 경향이 달라 기업별로 문제집을 다 사야해요. 인터넷 강의도 듣는 게 좋죠. 문제집이 한 권에 3만원 이상 하다 보니 지원을 많이 할수록 문제집 값도 늘어나요. 작년에는 지원서를 쓴 기업 40곳 중 7곳이 인‧적성 시험을 봤어요. 기업들이 계속해서 시험 유형을 바꾸고 난이도를 높여서 고민이에요. 한 번에 취업을 한다는 보장이 없어 비용이 부담돼도 계속 인‧적성 시험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있죠. 인‧적성을 통과해야만 면접 기회가 주어지니 어쩔 수 없어요.”

  인‧적성 문제집: 약 3만원×7 =약 21만원 인‧적성 인터넷강의12만원 합계 약 33만원

  Ms. 컨설팅(행정‧09)

  “면접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취업 컨설팅 학원에서 면접 컨설팅을 받고 있어요. 면접 준비를 혼자 하는 것 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컨설팅을 통해서는 지원한 포지션 면접 시에 효과적인 답변을 하는 방법과 요령을 집중 훈련 받아요. 직무에 맞는 자기소개 멘트 작성 훈련도 받죠. 또 제 스펙과 경력에 맞는 예상 질문과 모범답변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해요.

  면접 컨설팅과 더불어 자기소개서(자소서) 작성과 관련한 컨설팅도 받고 있어요. 흔히들 인사담당자가 자소서를 읽는데 30초가 안 걸린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컨설턴트에게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법과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배웠죠. 자소서 첨삭도 한번 받았어요. 비싼 비용으로 컨설팅을 받아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컨설팅이라도 받지 않으면 불안해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취준생들의 의존성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면접 컨설팅 비용 =1회 당 20만원×2 =40만원 합계 40만원

  Ms. 외모(방송영상‧09)

  “아무래도 면접을 볼 때 인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첫인상에 신뢰감을 심어줘야 하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여요. 얼굴, 몸매, 증명사진, 취업 복장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어느새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 된 거죠. 인상이 밋밋하다는 말을 듣고 또렷한 인상을 주기 위해 150만원을 들여 쌍꺼풀 수술을 했어요. 흔히들 말하는 취업 성형을 한 셈이죠.

  취업 사진을 찍을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헤어‧메이크업 비용을 포함해 증명사진 촬영까지 1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면접 컨설턴트가 제 사진을 보고 헤어스타일 때문에 오히려 인상이 더 안 좋아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을 재촬영했어요. 돈이 두 배로 들어가게 된 거예요. 어쩔 수 없죠. 면접관이 제 인상을 평가하는 첫 과정이니까요. 면접 복장도 단정하면서도 다른 지원자보다 눈에 띄게 심혈을 기울여 골랐어요. 그러다보니 정장과 신발을 사는데 30만원 이상 들었죠.”

  헤어‧메이크업 =5만원 증명사진 촬영비용 =5만원 재촬영 =5만원 정장‧구두 =30만원 합계 약 4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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