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를 빛낸 이화인 3인방
소치를 빛낸 이화인 3인방
  • 전은지 기자, 공나은 기자
  • 승인 2014.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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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23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소치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국가대표 선수 71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7일에는 ‘제11회 소치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마찬가지로 연대 최다 인원인 57명의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개막했다. ‘Hot, Cool, Yours!(뜨거움과 차가움, 그대의 것!)’이라는 소치올림픽의 슬로건에 맞게 차가운 겨울을 뜨겁게 만든 이화인 3인이 있다. 모굴스키 선수로 경기를 치룬 서지원(체육과학‧13)씨, 알파인스키 코치로 참여한 허승은(사회체육‧96년졸)씨, 패럴림픽에 알파인스키 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하는 양재림(동양화‧09)씨다. 이들을 통해 그들이 전하는 소치올림픽에 관해 들어봤다.

▲ 모굴스키 국가대표 서지원씨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생에 첫 올림픽 무대, 서지원 선수

  올림픽 무대 출발선에 섰다. 이어폰에서 영화 ‘겨울왕국’의 OST인 ‘Let it go’가 흘러나왔다. 음악에 몸에 맡긴 채 거친 눈을 타고 내려왔다. 어느 순간 음악 소리가 아닌 관중의 함성이 들렸다. 그렇게 서지원씨는 첫 올림픽 무대를 치렀다.

  프리스타일스키 중 하나인 모굴스키는 선수가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타는 스키를 말한다. 한국 모굴스키 국가대표 5명 중 한 명인 서씨는 예선전 진출이라는 결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경기 시작 전 올림픽 경기에서 부상당한 선수가 많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불안했다. 특히 같은 모굴스키 국가대표 선수이자 친척인 서정화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지만, 출발선에서 평소처럼 음악을 들으며 경기를 잘 치르리라고 다짐했다. “스키를 탈 때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져요. 경기 때 음악을 들으면 관중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빠른 비트의 음악을 주로 들어요.”

  서씨는 소치올림픽에서 모굴스키의 평가 요소인 회전과 점프에 모두 성공했다.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 대회를 무사히 마친 그는 뿌듯했다. “평소 훈련에서 나왔던 경기만큼 결과가 안 나와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넘어지지 않고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기뻤어요. 저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거든요.”

  4살 때부터 재미삼아 스키를 타던 서씨는 선수생활을 시작한 후 부상에 시달리는 일도 잦았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4번이나 무릎을 다쳐 재활훈련을 받았다. 작년 4월에는 발목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5월부터 훈련 일정이 잡혀있던 그는 대표팀에서 탈락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 “운동선수에게 평가는 언제나 냉정해요.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 밝혀지면 대표팀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죠. 그래서 매일 밤을 불안하게 보냈어요.”

  철저한 체력관리와 긴 훈련을 마친 뒤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국가대표로서 동경하던 미국의 헤더 맥피(Heather McPhie)와 나란히 경기하게 된 상황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팬으로서 그녀의 경기 영상을 보며 자란 서씨는 그를 경기에서 만났을 땐 오히려 경쟁자로 느껴졌다고 했다. 서씨는 스키 국가대표로서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어릴 때부터 헤더 맥피 선수를 좋아해 그 선수를 보면 꼭 사인을 받고 싶었죠. 그런데 막상 그녀를 올림픽에서 만나니 동등한 위치에 있는 선수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한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니까요. 앞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실력을 쌓고 싶어요!”

▲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코치 허승은씨 제공=허승은씨

  △국가대표에서 코치가 된 허승은 코치

  올림픽에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 외에도 경기를 빛내는 이들이 있다. 연습부터 경기까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코치다. 1990년대 알파인스키 종목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생활을 했던 허승은씨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코치로서 후배들과 함께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부모님과 알파인스키 국가대표였던 오빠. 허씨는 동계스포츠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연스레 스케이트, 스키 등을 접하며 자랐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 2010년에는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코치가 됐다.

  그는 코치가 된 후에야 선수와 코치가 집중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코치는 선수들을 챙기며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선수를 지도하며 체력을 확인하는 일부터 알파인스키에 필요한 장비를 옮기는 일은 물론,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일까지 모두 허씨의 몫이다. “선수 시절에는 스키만 열심히 타고 운동에만 집중했어요. 그때는 코치의 역할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코치가 되고 나니 정말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경기 보고서를 작성하고 훈련 경비를 확인하는 등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해요.”

  코치로서 훈련 환경과 선수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허씨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고민할 일이 많았다. 대회 기간 중 러시아 소치 날씨가 따뜻해 눈이 녹아 설질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스키 시합코스는 물을 뿌려 딱딱하게 얼려져 있었지만, 연습코스는 슬러시처럼 푸석한 눈이라 선수들이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허씨는 안타까웠다. 허씨는 한국 알파인스키의 경기력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국가대표

  팀은 스키를 손질해주는 서비스맨이 없다. 해외 선수단에는 서비스맨은 물론 동영상을 촬영하는 비디오맨까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일을 모두 코치가 담당한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감독, 코치, 스태프뿐만 아니라 트레이너 등 많은 전문가가 선수단을 위해 활동하죠. 하지만 한국에서 알파인스키는 비인기 종목이라 투자를 많이 해주지 않아요. 가끔 국제대회에 나가 해외 서비스맨에게 스키손질을 부탁할 때는 코치로서 속상했어요.”

  배움에는 절대 끝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이화의 후배들에게 학창시절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 것에 도전하라고 했다. “후배들이 많은 것을 배우며 대학생활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온 뒤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스키면 스키, 요트면 요트 등 좋아하는 스포츠가 자신의 것이 되도록 도전해보는 것도 좋죠.”

▲ 소치 패럴림픽에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로 참가한 양재림씨 제공=양재림씨

  △눈 위에 그림 그리는 양재림 선수

  소치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23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소치 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16일까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번 소치 패럴림픽 출전으로 훈련에 한창인 이화인이 있다. 그가 바로 알파인스키 양재림 국가대표다.

  양씨는 어릴 적부터 미숙아 망막 병증으로 인해 오른쪽 눈만 보이는 상태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균형 감각이 떨어지던 그는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해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작은 이모부가 대학 입학 선물로 스키를 사주셨어요. 대학교 입학 후 제가 스키 타는 것을 본 장애인스키협회 직원분이 선수를 권유하시더라고요. 제 선수 생활의 시작이 된 제안이었죠.”

  알파인스키는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고 내려온 뒤 기록을 측정하는 경기다. 패럴림픽에서 선수는 자신 앞에서 소리로 진행방향을 안내하는 경기 가이드에 의지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이드와 호흡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가이드를 믿고 스키를 타지 못했어요. 이후 가이드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끊임없이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향상돼 그런 걱정은 저절로 사라졌죠.”

  양씨의 스키대회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2011년 ‘제8회 전국장애인 동계체육대회’의 알파인스키 시각장애부문에서 금메달, 재작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알파인 스키선수권대회’에선 회전 부문 2연승 등을 거머쥐며 국내외 스키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양씨는 눈에 이상을 느꼈다. 작년 12월, 훈련하던 중 눈이 불편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귓속 전정신경에 이상이 생겨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면서 훈련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결국 패럴림픽 출전을 약 두 달 남기고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전 기량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에 훈련을 못 해 불안했어요.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던 상황이 절 두렵게 했지만 그때마다 저를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죠.”

  본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양씨는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스포츠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스키 타는 그림, 운동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선수로서 장애인스포츠를 알리는 것도 당연하지만, 나중에는 그림으로 장애인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

  모든 기량을 발휘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겠다는 양씨는 14일과 16일 패럴림픽 여자부 시각장애 알파인스키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