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본교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에서 학생문화관에 게시한 현수막이 사라졌다. 비슷한 시각, 고려대 성 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이 학생회관에 걸어뒀던 현수막도 사라졌다. 현수막에는 ‘게이·레즈비언·바이·트랜스젠더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최근 대학가 곳곳에서 성 소수자를 향한 씁쓸한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 소수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가시적으로 표출된 것도 안타깝지만 최근의 상황이 어느 때보다 더 안타까운 이유는 이 모든 사건이 ‘대학’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학문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까지 단순히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잔인하게 짓밟는 행동이 이뤄졌다.

   작년 9월 서울시 청계광장 광통교에서는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의 동성결혼식이 열렸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반대하는 의미를 담기 위해 두 사람은 공개 장소에서 결혼식을 열었다.

   이들의 결혼식을 계기로 성 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의 성 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관련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지만 사회 주요 현안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성 소수자의 인권과 행복추구권 같은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 또한 지체되고 있다. 2007년부터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정부 및 의원 발의가 추진됐지만 보수 개신교 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무산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 그러나 성 소수자에 대한 법 규정의 존재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사회에서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부재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대학 내에서조차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담론이 제대로 오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성 소수자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서 성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편견으로 가득차거나 원색적인 비난으로 치닫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진 성 소수자 관련 대자보 훼손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성 소수자 문제를 부정과 배척의 눈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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