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여성과 언어 … “남자도 미인이다?”
책으로 보는 여성과 언어 … “남자도 미인이다?”
  • 황선영 기자
  • 승인 2014.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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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요? 여성에게 이런 속담을 말하는 시대는 지났죠.”    -본교생 ㄱ씨(행정·10)

  우리가 쓰는 일상 언어에 여성 차별적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차별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성차별적 어휘, 말투, 속담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136개 국가 중 111위. 작년 스위스에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세계 성 평등 순위다. 강주헌 언어학자는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의식을 반영하고 의식을 인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므로 언어학을 여성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8일(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말 속에 남아 있는 여성 차별적 언어를 책을 통해 알아봤다.

△교수와 여교수, 간호사와 남간호사

  성(性)의 차이는 언어에서 어휘의 차이로 나타나곤 한다. 이때 여성에게만 사용이 한정되는 어휘를 ‘여성어’라고 하는데, 우리의 일상 대화 속에서 알게 모르게 여성어가 사용되고 있다.

  A: 이번 주 단체 만남 프로그램 ‘짝’봤어? 여교수가 미인으로 뽑혔더라.
  B: 난 간호사가 더 예쁘던데. 여교수는 완전 여우였어.

  우리가 평소 나눌 법한 대화의 예다. 하지만 이 짧은 대화에 사용된 여성어는 4개. 미인, 여교수, 간호사, 여우는「언어와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서 꼽는 대표적인 여성어 중 하나다. 저자는 이 어휘들 속에 여성을 차별하는 요소가 있다고 전제한다.

  첫째, ‘미인’은 대게 여성에게만 쓰이는 어휘다. 이는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통칭으로 성별 관계없이 쓰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미인이라고만 쓰인다. 이 책은 미인이 여성만을 위해 쓰이는 이유로 ‘아름다움’이 여자가 추구하거나,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고 있는 특성이라는 점을 들었다. 즉, 어휘에 사회의 가치규범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둘째, ‘여교수’와 ‘간호사’라는 어휘에 담긴 직업적 편견이다. 통상적으로 교수, 의사, 변호사, 사장 등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지니는 직업은 남성의 직업, 남성 명사로 취급해왔다. 이 때문에 여성이 해당 직업을 가졌을 때는 어휘 앞에 ‘여(女)’자를 붙인다. 반대로 간호사, 유치원 선생, 산파 등 비교적 가사적인 직업은 대개 여성명사로 해석되고 예외적인 때에만 ‘남’을 붙인다. 남성의 직업과 여성의 직업이 언어상에서조차 구분되는 것이다.

  셋째, 여교수의 태도를 묘사한 ‘여우’다. 보통 ‘여우’라는 표현은 남성 앞에서 교태를 부리는 여성을 지칭하는 꾸밈말이다. 이 책은 ‘남편, 아내’와 같이 그 성(性)만이 할 수 있는 자연적인 지칭어가 아닌 사회의 성차별적인 요소가 반영된 어휘라고 설명한다.

△되묻는가, 놀라는가, 감탄하는가

  “어머나!”, “응, 그래 맞아.”, “그렇죠? 안 그래요?”

  「언어와 여성」에서는 여성이 발화할 때 나타내는 특징을 설명한다. 감탄 어법, 맞장구치기, 부가의문문 등이 그 예다. 이 책은 여성이 발화할 때 나타내는 특징이 남성의 관심을 유도·지속시키기 위해 정착시킨 관습이라고 말한다. ‘말’은 한 사회가 기대하는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성차별적인 사회의 가치관이 여성 개인의 발화 모습에도 내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와 개인의 관계는 사회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무의식중에 여성 개인의 발화 방식에도 반영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내준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요즘은 성별구분 없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인이 될 수 있는 사회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사회변화에 발맞춰 소위 ‘여성 발화법’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담 속 권력 관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여자가 말이 많으면 과부가 된다’
  ‘여자와 겨울 날씨는 믿을 수 없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속담들이다. 「계집 팔자 상팔자」에서는 대다수 사람의 의식에 비친 여성관이 속담에 드러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사례를 들며 옛사람들은 여성을 두고 눈도 내리게 하는 독한 사람, 수다스러운 사람, 변덕스러운 사람 등으로 간주했다고 이야기한다. 속담에는 우리나라 여성이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딸, 며느리, 부인으로서 겪었던 차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속담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속담 약 5만5000구 가운데 여성 관련 속담은 91%(약 5만구)에 달한다. 저자는 과거 남성 중심의 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경계, 교훈 등의 속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까지도 이러한 속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우리나라의 성 평등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 평등 지수가 높아지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우리의 관념을 반영하는 척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