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대강당에서 201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졸업 가운에 흰색 리본을 메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학생들로 학교가 가득 찼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지만 마음이 가벼운 사람도 있고 무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사모를 쓴 이들 중 자신의 진로를 정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자신의 적성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다.
 
  지난달 취업·인사포털 전문사이트 인크루트는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52.5%(170명)가 취업하고 싶은 분야나 직무, 기업 등의 구체적인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이유로는‘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50.0%)가 가장 컸다. 취업 전에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느 분야에 맞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종일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한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친구도 선·후배도 없는 경쟁의식만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이를 따라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지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 어쩌면 가장 간단하고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취업을 위해 학점, 공인영어성적, 인턴, 교환학생 등 수많은 소음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미 소음에 연연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달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대학생활 속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에 대해 찾지 못한 채 ‘취업’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2011년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는 약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저를 계속 성장하게 하는 힘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도 스스로가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일 앞에서도 진실하십시오. 아직까지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하셨다면, 계속해서 찾으십시오. 진심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동이 트지 않은 길을 나선 적이 있는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닌, 무언가를 하고 싶은 시간이 주어질 때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소음 속에서도 쉼 없이 나아가자. 사회에 나가기 전,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학교 안에서 더 많은 시행착오를 해야 한다.

  졸업까지 얼마를 더 이화에서 보낼지 모른다. 그러나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축하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대학생활 속에서 충분히 내면을 소리를 들으련다. 스티븐 잡스가 말했던, 가장 사랑하는 일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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