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시작될 때, 뛰노는 말의 기상을 한껏 살리기에 더 없이 좋은 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동계 올림픽으로 시작해 월드컵, 아시안 게임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행사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주, 우리 선수들은 ‘스포츠 해(年)’ 의 1막이라 할 수 있는 소치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은 낯선 타지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보여주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여선수들의 활약에 필자를 포함한 이화인들은 woman power을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무적인 면과 동시에 나라안팎으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선수개인의 문제부터 판정문제, 홈 텃세까지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슈의 중심에 우리나라도 끼어있던 것. 외신만 보더라도 이번 올림픽이 앞선 것과 비교하여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다루는 공통된 반응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원인들을 개최국 자체를 포함한 외부 요인에서만 찾고 넘기기에는 우리 안에 있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걸린다. 아직 우리 앞에는 두 가지의 행사가 더 남아있는데 대한체육회, 빙상연맹과 같은 주역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 소음의 중심에는 ‘눈치보기’ 와 ’허례허식’이 있다. 논란이 많은 안현수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김연아 선수의 판정에 대해 그들은 우리 스포츠계의 울타리로서 정당한 항의를 하기보다는 들끓는 여론을 달래려는 느낌이었다. 대한체육회 또한 여론의 편에 서는 듯 하더니 근본적 해결은 없었고 끝에는 산만하고 무거운 해단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영웅들은 전국체전 출전 및 소속계약 문제로 화두가 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강제성이나 압박이 없다 하더라도 하나가 미우면 미운 점만 억지로 찾아내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필자는 이런 식의 모습만 보여지는 것이 앞으로 남은 일정들에 적신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때문에 여론들까지 감정적으로 치닫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선수들에게 건네진 정성 어린 초콜릿 메달도 이들의 행동은 우리의 권리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 앞에 데에서 의미가 무색해졌다.

  이렇게 보면 힘차게 달리려는 청마를 방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닌가 한다. 부정에 대응하는 자세와 청마를 위해 한다는 행동들이 너무도 소극적이거나 잘못된 방향이어서 달리는 청마 앞에 놓인 장애물을 걷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잘 달리고 있는 애꿎은 말만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도 누구보다도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줌에도 그들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한 지인은 선수들의 그런 면이 이번 사태와 관련 없이 오랜 세월 축적되어온 우리 특유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관행을 포용하기에는 짚고 나갈 문제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부분이 전체를 보여주는 경우는 빈번하다. 스포츠도 한 부분에 속한다. 스포츠의 의미가 과거 3S의 S를 떠난 지는 한참 전이고, 오늘의 대중들도 우둔하지 않다. 스포츠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작은 문제로 보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성장하는 선수들과 2018년 올림픽 개최지’평창’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이제는 성숙한 자세를 자기고 좀 유연해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되는 책임회피나 눈치보기 작전은 이제 거두자. 이 안에서 가볍게 달려나가는 청마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보다 건강한 역동을 원한다. 그러한 청마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연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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