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졸업생으로 참석을 해야 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3월 공채 시즌을 앞두고 필자를 포함한 취업 준비생들은 마음이 바쁘다. 이번에는 또 몇 번의 좌절을 해야할지 벌써부터 겁이 난다.

  지난 학기 처음 취업 시장을 경험했다. 만만치 않은 세상의 벽에 튕겨져 나와 겨우내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온 세상이 사랑했던 내 삶을 부정하고 있다는 느낌에 길을 걷다 눈물이 터져 나온 적도 있었다. 하루 빨리 나이를 먹어 이 지긋지긋한 20대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어느 날엔가 엄마와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 말하는 필자에게 20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주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이 부럽기만 하다고 했다. 안정적인 삶에서 오는 행복함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불안정함 뒤에야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라 했다.

  길었던 겨울이 지나간다. 입춘은 지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날은 쌀쌀하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 요즘 날씨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이른 봄이라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죽지 말자. 새 학기,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아직 우리 인생의 따듯한 봄날은 오지 않은 것이다. 꽃샘 추위에 옷깃을 여미는 우리도 언젠가는 따스한 봄볕에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을 날이 오겠지. 강한 추위를 겪은 만큼 우리의 봄 볕은 유난히 따듯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