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졸업한 ㄱ씨는 학위수여식 당일 아침 학과사무실(과사)로부터 문자를 받고 당황스러웠다. 졸업장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사에 학과 동창회비 5만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ㄱ씨는 졸업장을 받기 위해 허겁지겁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낸 뒤 졸업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학위수여식 이전에 한 번도 학과 동창회비에 관한 공지를 들은 적이 없었다.

학과 동창회비 납부고지 내용

*본지가 18~19일 전체 65개 학과 과사무실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각 학과에서는 동창회비 납부에 관해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었다. 중문·영문·불문·사학·철학과 등 25개 학과는 학과 동창회비가 따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8~19일 전체 65개 과사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국어국문학과, 동양화과, 소비자학과 등 약 61.5%(40개) 학과가 졸업생에게 학과 동창회비를 요구하고 있었다.<표> 학과 동창회비는 학부의 전공별 학과 동창회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 금액 또한 과별로 1만원에서 10만원까지 달랐다. 학과 동창회비는 본교 총동창회에서 걷는 총동창회 연회비와는 별도로 학과동창회에서 따로 징수하는 회비다.

  학과 동창회비 사용내역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일부 학과에서 졸업생에게 학과 동창회비를 걷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본지가 학과 동창회비를 걷은 것으로 확인된 전체 40개 학과 홈페이지를 방문한 결과 학과 동창회비 사용내역에 관해서는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올해 2월 졸업하는 ㄴ씨는 “학과 동창회비를 어디에 사용하는지도 모르고 돈을 내려니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학과 동창회비를 받는 과사도 그 사용내역을 모른다. 과사는 학과 동창회비를 학생회를 통해 모으거나 직접 납부 받는다. 이후 과사는 학과 동창회로 전달할 뿐 이다. A학과 과사 관계자는 “동창회비는 동창회에서 관리하고 있어 자세한 내역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학과 동창회비를 낸 졸업생들은 동창생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알지 못했다. 일부 과사는 학과 동창회비 납부자에게 총동창회 수첩을 배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총동창회에서 배부하는 수첩으로 모든 졸업생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작년 2월 졸업한 ㄷ씨도 “졸업생들이 낸 동창회비가 많이 모이면 큰 금액일 텐데 동창생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2010년 졸업한 ㄹ씨도 “졸업 당시 내라고 해서 냈을 뿐 이후로 따로 동창생 혜택에 관해 공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상태에서 학과 동창회비를 납부하는 40개 학과 중 수학과, 무용과, 환경공학과 등 25개 학과는 필수적으로 학과 동창회비를 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ㄱ씨는 “졸업장을 핑계로 졸업생에게 동창회비를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동창회에 관심 있는 학생은 자발적으로 가입 할 텐데 필수로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과 동창회 측은 학과 동창회비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C학과 동창회 관계자는 “동창회비 납부는 권장할 뿐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B학과 동창회장은 “학과 동창회비가 상조회를 운영하거나 학과행사인 음악회, 바자회 등을 열 때 사용된다”며 “동창생을 위해 사용하는 만큼 관행적으로 걷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동창회비 징수문제는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타대학 또한 동창회비를 내야 학위증을 줄 수 있다고 하거나, 신입생 등록금 고지서에 동창회비 납부고지를 포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06년 경기대에서는 학생 17명이 총동문회를 상대로 낸 동문회비 반환 청구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본교에서 학과 동창회비를 따로 걷지 않는 학과는 교육학과, 사학과, 심리학과, 철학과 등 25개 학과다. 본교 총동창회에서 걷는 총동창회비 3만원은 졸업 후 학생 자율에 따라 납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