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기자가 말하는 <이대학보>
<편집자주>
이대학보에서 활동했던 기자들은 퇴임 후에도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지는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퇴임기자 6명을 만나 <이대학보>가 지금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미친 영향, 키워드로 말하는 <이대학보> 등에 대해 들어봤다.
18기 장필화(영문‧74년졸) 이화여대 교수(여성학과)
<이대학보>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던 1970년대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 그때 취재를 하면서 여성이 바라는 자신의 미래와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미래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느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강단에까지 서게 됐다.
<이대학보>는 이화의 목소리이자 표현의 창구다. 최초로 근대 여성교육을 시작한 본교의 대표 언론기구로서, <이대학보>도 이화의 여성학 정신을 계승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7기 황인희(사교·83년졸) 두루마리역사교육연구소 대표·역사 칼럼니스트
나는 출판사, 잡지사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왔다. 내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있었던 이유는 학보사 기자와 편집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남성 편집장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던 시기, 이화여대 그리고 <이대학보>였기 때문에 내가 편집장이 될 수 있었고 내 생애 가장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대학보>는 ‘나의 자부심’ 이다. 5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이대학보사 경험이다. 미국의 존 F.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자신이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을 나온 것보다 대학 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것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 역시도 <이대학보>의 기자였던 경험이 정말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35기 최미선(신방‧88년졸) 여행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여행은 기자 생활과 닮은 점이 많다. 늘 낯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 부딪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학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부딪쳐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그 마음가짐이 <동아일보>에서 10년간의 기자생활을 할 때도, 여행 작가가 된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대학보>는 씨앗이다. <이대학보>의 기자였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또한 내가 기자였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거쳐 지금의 여행 작가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대학보>는 지금의 ‘나’라는 열매를 맺게 해준 씨앗이었다.
45기 안은주(국문‧93년졸) NGO ‘제주올레’ 사무국장
<이대학보> 기자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보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15년간의 기자생활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제주 올레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짓는 행복한 표정은 나의 원동력이다.
60년의 시간이 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대학보>는 여전히 새내기다. 아직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늘 새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오랜 시간 독자에게 사랑 받는 <이대학보>를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61기 박지영(영문‧02년졸) KBS 개그콘서트 PD
<이대학보>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또한 내가 만든 <이대학보>가 1만5000천 이화인에게 읽히듯 졸업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게 공유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학보사 활동은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계기였다.
<이대학보>는 기회의 땅이다. ‘이화여대 학생입니다’ 보다 ‘이대학보 기자입니다’라고 말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이곳에서 후배들도 학보라는 공간 안에서 각자만의 유의미한 기회를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72기 이혜미(중문‧09년졸) SBS 기자
<이대학보>에서 일하며 외국인 근로자, 재외동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총선이 열린 2004년에는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취재를 할 기회도 있었다. <이대학보>에서 기자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기자를 꿈꿀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대학보>는 추억이다. 매주 마감을 하고 편집을 했던 기억부터 학보사 친구들과 함게 음식을 시켜먹던 소소한 일까지 모두 기억에 남는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추억을 만들었던 곳인 만큼 <이대학보>에서의 모든 경험이 값지다.
양한주 기자 yangzak@
윤다솜 기자 sombly9611@
전은지 기자 ejjeon@
황선영 기자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