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김옥길 기념강좌

▲ 11월22일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3회 김옥길 기념강좌 ‘시장사회를 넘어: 공동체 경제와 젠더’ 1부에서 캐서린 깁슨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제13회 김옥길 기념강좌 ‘시장사회를 넘어: 공동체 경제와 젠더(Beyond the Market Society: The Community Economies and Gender)’가 11월22일 오전10시~오후5시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렸다. 1부에서는 공동체 경제 연구자인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University of Western Sydney) 캐서린 깁슨(Katherine Gibson)교수가 연사로, 2부에서는 한국의 공동체 경제 운동 사례를 소개하고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 텃밭 윤정원 사무장, 열린사회 시민연합 은평시민회 최순옥 공동대표, 지역품앗이 한밭레츠 박현숙 사무국장,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수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경제 운동에 주목했다. 시장경제 체제 때문에 경직된 사회구조를 공동체 경제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기계화된 자본주의 구조 벗어나려면 공동체 경제가 해답

  깁슨 교수는 ‘경제를 반환하라’는 문구로 자본주의 체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뉜 사회체제에서는 개인 간 교류가 형식적이게 된다. 자본주의는 기계적인 경제 개념이며, 이러한 기계적 시각이 경제 모델로부터 구축된 것이라 설명했다.

  깁슨 교수는 경제를 기계가 아닌 일상 행위로 재현하는 방법으로 공동체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그 사례로 ‘유니폼 프로젝트(Uniform Project)’를 들었다. 유니폼 프로젝트는 영국 런던에서 쉬나 마테이켄(Sheena Matheiken)이라는 여성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는 같은 옷을 다른 방식으로 입는 모습을 1년간 사진으로 인터넷에 게시하고 이를 통해 절약한 돈을 매일 1달러씩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입지 않는 옷들은 개인이 소비의 인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예죠. 그런 점에서 유니폼 프로젝트는 의상이 우리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역이용해 재활용과 같은 경제적 활동을 한 셈이죠.”

  새로운 경제의 판을 구상하는 ‘새판짜기’는 깁슨교수가 공동체 경제를 위해 제시한 방법이다. 획일화된 경제 구조에 순응하기보다 새로운 경제적 실험을 통해 지배적인 구조에 반기를 들어야한다. “경제의 새판을 짜는 사람만이 자본주의 경제의 먹이로 전락하지 않고 경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어요.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제활동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낙수효과’처럼 우회적으로 이뤄지는 발전보다 직접적으로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발전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죠.” 

△이상적 공동체 경제는 개인에서부터 시작해

  행사에 패널로 참여한 네 명의 공동체 경제 활동가는 각각의 활동 사례를 토대로 개인의 참여가 공동체 경제를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장은 생산자 공동체 ‘언니네텃밭’을 토대로 경제 주체인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했다. 다양한 종류의 제철 채소를 소규모로 수확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제철꾸러미’ 제도가 매개체다. “언니네 텃밭이 운영하는 제철꾸러미 제도는 소농의 협업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생산자조직 주도형 거래모델이에요. 단순한 경제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소외계층도 좋은 먹거리를 접할 수 있게 하는 먹거리 복지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특징이죠.”

  박 사무국장은 지역 공동체의 긍정적 사례로 지역품앗이의 일종인 ‘한밭레츠’를 설명했다. 한밭레츠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를 매개로 농산물을 거래하고 교육, 의료 등 다른 분야에서도 품앗이 형태로 주민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지역단체다.

  최 공동대표는 개인이 구축하는 지역사회네트워크가 공동체 경제의 핵심이라 설명하며 은평구를 예로 들었다. 은평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문화, 교육 등 각 분야가 10년 이상 민간단체를 기반으로 발달했다고 평가된다. “은평구는 대부분의 분야가 주민의 힘으로 일궈진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라 할 수 있어요. 분야별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만 21개에 달하죠.”

  하 연구위원도 공동체 경제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개인의 적극성을 강조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활동을 위해서는 개인이 ‘같이 한다’는 의미로 적극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장경제에 편입하는 삶보다는 직접 가치를 찾고 공유하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서강대 최경원(경영·11)씨는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공동체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행사에 참석했다”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례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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