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취재 차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방문했다. 약 사흘간 프놈펜에 머무르며 캄보디아의 복지 문제에 관해 고민했는데, 정부 정책 공무원(Policy Maker), 사회복지전문가, 현지 시민단체 운동가 등이 꼽은 사회문제 중 하나가 ‘절대적 빈곤’이었다. 캄보디아인은 보통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질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않다.

  돈 없는 국가가 큰 정부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캄보디아 역시 그렇다. 캄보디아가 ‘사회복지’의 개념을 받아들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캄보디아는 재정 조달의 어려움에서 오는 복지 문제를 해결키 위해 시민단체, 기업, 학교 등 시민사회(Civil Society)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조합주의(Corporatism)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와 시민사회가 엮이는 모습을 보며 1960년대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떠올렸다. 현재 캄보디아 정부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시행 중이다. 이는 정부가 토지경작권을 기업에 이양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후 잉여 생산물을 사회에 환원하는 법이다. 농민협동조합 역시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 사례다. 일부 시민단체는 빈농을 고객(Client)의 자격으로 농민협동조합에 가입하게 해 이들에게 송아지나 이를 살 돈을 빌려준다. 이후 소 사육을 통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부분을 상환케 한다.

  이 일련의 모습은 정부 주도적 경제 정책과 맞물려 발전한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수출 사업, 새마을 운동, 농민협동조합 개설과 상당히 닮아있다. 실제로 KOTRA, KOICA 등 국내 국제협력단체는 캄보디아 정부에게 한국의 경제발전모델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은 1960년대 한국 정부가 특정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국가 총 수출액을 높인 방식과 유사하다. ‘재벌’이란 이름으로 성장한 이들은 자본주의국가로 변모한 한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민협동조합은 우리나라의 농협협동조합과 비슷하다. 정부 지원 아래 성장한 ‘농협’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법 목소리가 큰 이익집단이 됐다. 농협은 보험, 은행 등 점차 각종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동종 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늘은 닮으면 안 될 텐데.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겪은 한국식 경제 개발 모델의 부작용이 이제 막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ics)의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캄보디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캄보디아 정부가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시행한 이후 프놈펜 주민 상당수가 도시 외곽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캄보디아 내 대기업이 땅을 사들이고 점거한 후 이들에게 이주를 요구한 것이다. 빈농을 살리기 위한 법이 오히려 이들의 보금자리를 뺏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왜 ‘재벌’에 관한 반감과 질투가 만연할까. 그것은 당초 국가 경제 발전의 사활을 건 일종의 ‘국가대표’로서의 책임를 받아들인 이들이 어느 순간 한국의 신귀족층으로 등장한 이후부터였다. 혹자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가 21세기 한국사회의 악순환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캄보디아 역시 이러한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 ‘사회적(Social)’이란 명목으로 정부와 특정 집단이 만났다면 이 만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 목적이 공통된 사회적 요구에 기반한 것이 아닌 특수 집단의 이익이란 암묵적 거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면, 이는 ‘협력’이 아닌 ‘결탁’이다. 이른바 ‘국가 조합주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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