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 동안 캠퍼스 곳곳에서는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해 공약을 써놓은 포스터와 유세로 분위기가 떠들썩했다. 그럴 듯 해 보이지만 그 뚜껑을 열어보면 작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선거 공약이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 요구, 장학금 제도 개선 등 작년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은 올해 선거 공약 목록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올해 ‘시너지 이화’ 선본이 제시한 대표 공약 6개만 하더라도 작년에 ‘우리이화’ 선본이 제시한 8개 공약과 모두 동일한 수준이다.

  이러한 공약의 답습은 전 후보와 현 후보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마다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해 봐도 순서상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동일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본교를 비롯해 서울 소재 7개 대학의 이번 학기 공약 중 4개 학교의 공약이 등록금 인하, 학생 복지 개선 등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이들이 선거 준비 과정에서 동일한 기획사를 이용해 공약이 유사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이 커지게 될 경우 후보들의 공약이 학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공약의 답습을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한다. 후보자에게 이끌려가기만 하는 유권자는 후보를 비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적극적으로 공약을 검토하고 부실한 공약은 비판해야 한다. 대학선거는 학생이 자치권을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때다.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져버리는 순간, 대학선거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무의미하게 반복될 뿐이다.

  답습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 후보가 유권자를 설득하는 방법은 공약이다. 아무리 눈길을 끄는 선거운동을 하고 로고송을 부르더라도 공약이 부실하면 등 돌린 유권자를 붙잡기 어렵다. 앞으로 다가올 선거는 똑같은 공약을 내걸은 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간식을 나눠주는 식의 홍보방법을 고민하는 무채색 선거가 아닌,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공약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고민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공약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같은 공약을 제시할지라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접근방법을 고민해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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