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고 있다. 19일에는 첫눈이 왔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에는 초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추운 날 옷을 헬 것만 같은 칼바람 속을 걸으며 생각해본다. 내 마음이 추운지, 내 피부와 접촉하는 공기가 더 추운지.

  이 순간, 소중한 지면을 빌려 하려는 이야기는 상투적일 것이다. 첫 문장을 읽고 대부분은 ‘아, 필자가 마음이 추운지 돌아보라 하려는구나.’할 것이다. 맞다. 마음을 돌아보라고 할 것이다. 마음을 지키려면 마음이 어떤지 돌아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 자신의 행복과 연관된다. 때문에 이 시간 마음을 돌아봄으로 ‘마음을 지키자’는 말을 하려 한다.

  얼마 전 국민은행과 한국환경공단 등에 취업한 언니를 만나서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울 것은 없었다. 눈치 보는 법을 알아야한다, 자기일은 찾아서 해야 한다, 실제적으로 승진하는 것은 남자더라, 회식자리에서의 대처법 등등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다르게 이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조만간 저 자리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불안감, 아니 뛰어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이 원인이겠다.

   시대의 정석을 따라 진로를 취업으로 마음을 굳힌 사람의 경우 가장 성취하고 싶은 것은 취업성공이다. 이것이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요소일지 모른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길은 취업 준비생이라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취업한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힘듦에 대한 걱정보다 취업이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간절하다.

  이 시점에서 마음을 돌아보면 중심이 취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인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중심축이 취업으로 전부 쏠려 있다면 그 사람은 불행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취업은 하나의 목적이어야 한다. 이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떠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취업을 하는 것이지 취업을 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은 취업이 곧 행복이라 말한다.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취업의 길이 곧 행복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애석한 일이다.
  이처럼 마음의 중심이 어떠한 목적과 동일시 될 경우 마음은 중심을 잃어 설 곳을 찾지 못한다. 마음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가치관, 세계관, 어떠한 종교나 신념, 경험 등이다. 이러한 마음의 중심이 사람의 생각을 만든다. 이러한 생각은 행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예컨대 공부를 하는 것도 특권이라 생각하면 감사한 것이고 경쟁이라 생각하면 힘들어 지는 것일 시, 전자는 행복할 것이고 후자는 불행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을 지키는 것은 생각을 지키는 것이다.

  마음의 중심은 사람의 중심이다. 이는 마음의 중심이 자기 자신의 자리, 일생의 행복과 연관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 중심이 목적과 가까워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중심과 목적은 다른 위치에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중심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중심은 사라지게 되고, 이는 혼란과 불안을 야기한다. 중심은 중심을 지키는 위치에서 목적과 먼 자리에서 존재하여야 한다. 취업은 취업이고 행복은 행복인 것처럼 말이다.

  학기가 반이 지났다. 이 시점서 항상 ‘아 벌써 반이 지났구나’ 하는 감상이 인다. 올해는 이 감상에 ‘마지막’이라는 것이 더해지는 해다. 마지막.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에 상투적인 것을 말하는 이유는 이것의 의미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을 지켜라, 사랑해야 한다, 남을 미워하지 마라, 남을 짓밟지 마라 등의 익숙한 이야기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자주 반복되어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상투적인 것의 의미를 깨달아 자신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 연결을 위해 기억하길 바란다. 마음은 사람의 중심이니 이 마음을 지켜서 행복을 찾자.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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