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관행 따르다 외면 당한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
“하던 대로” 관행 따르다 외면 당한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
  • 박선영 기자, 전은지 기자, 정소영 기자, 윤태경 기자
  • 승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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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대학가에 선거철이 돌아왔다. 대학가 총학생회(총학)가 말한 대학 선거 평균 투표율은 약 50%로,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 중 하나는 세칙 미비에 따른 선거 과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논란으로 학생들이 선거 자체에 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본지가 서울 시내 18개 대학 선거 세칙을 분석한 결과, 선거의 투명성과 관련해 반드시 있어야 할 조항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는 ▲선거 비용 출처(개인 자금 포함) 명시 의무화 여부 ▲외부 기관 후원 금지 여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독립 여부를 기준으로 대학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선거 세칙’은 유권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시 정보다. 선거 세칙에는 선거권, 피선거권, 선관위, 운영 자금 등에 관한 내용이 일반적으로 명시돼 있으며 총학 홈페이지, 학내 게시판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본지가 조사한 서울 시내 18개 대학 중 선거 세칙을 홈페이지에 공시한 대학은 본교, 서울대, 연세대 등 9곳(14일 기준)이었다. 국민대, 숭실대 등 9개 대학은 총학 홈페이지에 접속해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선거 세칙을 발견할 수 없었다.

△18개 대학 중 단 한 곳도 선거세칙에 개인 자금 출처, 후원금 금지 조항 명시하지 않아

  선거비용에서 자금 출처 공시를 세칙을 통해 의무화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된 일련의 비용 출처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현재 각 대학 총학이 선거 이후 ‘결산’의 방식으로 선거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만, 비용 출처에 관해서는 명확히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출처를 드러내는 대학 중에서도 선거 자금 출처는 빠져 있었다. 선거 자금은 선거 운동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선본이 선거 비용을 마련할 방법은 대체로 총학생회비, 교비, 교내 기관 후원(총동창회 등의 장학금 형식) 등이다.

  전문가는 선거 자금 운용이 투명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선거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직선거의 경우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재산내역부터 선거자금 수입 내역을 밝히고 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세칙에도 명시돼 있다.

  유성진 교수(스크랜튼학부)는 “선거 자금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유권자가 알아야 할 권리”라며 “특히 현재 일반 선거에서는 가족 지원, 지지자 후원 등 국가에서 지원되는 선거 비용 외 개인적으로 운용되는 선거 자금의 출처까지 명확히 밝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중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선거 자금은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세세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밝히는 세칙이 없으면 규제할 수 없으므로 세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총학은 자금출처 기준이 모호하고, 선거자금 조달 방법이 학생회비, 선본모금 등 다양하므로 모든 선거 비용의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세종대 박기준 총학생회장은 “선본들은 사비로 선거운동 비용을 지출하는데, 자금 출처는 개인적인 부분으로 정확히 밝히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형래 총학생회장은 “자금 출처에 관해 세칙을 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며 “선거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선본의 사법 영역”이라고 말했다.

  선거 세칙에서 외부 기업으로부터 후원받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세칙에 없는 것도 대학 선거 세칙의 빈틈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외부 행사기획사의 후원을 받은 선본이 당선된 경우 학내 행사를 운영할 때 대가성으로 해당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 등 총학이 운영 독립성을 침해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외부 후원은 선거 세칙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문성배 교수(화학교육과)는 “돈이 없는 학생들이 외부 후원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리베이트는 없어져야 한다”며 “선거공영제를 시행해 후원을 받지 않고도 선거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세칙에서 외부 기관의 후원 금지 조항 여부를 명시한 대학도 없었다. 한양대의 경우 예외적으로 선거세칙 제41조를 통해 대학 중 유일하게 외부의 후원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이는 오로지 선거공영제(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선거에 들어가는 선거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고 정부가 선거를 관리하는 제도) 기금을 구성하는 데만 해당한다.

  후원금 금지 조항에 관해서는 본지가 전화 조사를 한 18개 대학 모두 개선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동국대 이준권 부총학생회장은 “외부 기획사에서 선거 비용을 지원받을 경우 축제 등 교내 행사를 할 시 끊임없이 개입한다”며 “이는 독립적인 학생회 운영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 총학생회장이 선관위원장 되는 관행…후보 간 형평성 및 선거의 공정성 위협해

  기존 총학이 선관위로 전환되는 양상도 오랜 시간 동안 내려져와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아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본지가 18개 총학 선거 세칙 분석과 전화 조사를 종합한 결과 동국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총학이 선거 기간이 되면 자동으로 선관위로 전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이러한 대학 선거 체제가 근본적으로 공정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선거 중앙기구이다. 모든 후보자의 공정 경쟁을 위해 선관위는 총학과 독립된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총학과 관련이 없는 단대 추천 인원이 대의원회를 구성해 선관위를 맡는 동국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의 선거관리위원장을 기존 총학생회장이 맡고 있었다.

  유성진 교수는 “대통령이 차기 대선이 진행된다고 해서 선관위원장이 되진 않는다”며 현행 선거 체제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선관위의 독립성이 보장될 때 선거를 올바르게 진행할 수 있다”며 “선관위원을 학생들이 직접 뽑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일반 학생들이 선관위원으로 참여하면 학교에서 봉사활동 점수를 주는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학생선거가 진행될 때 학생처장 등 대학본부가 학생자치활동을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지도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은 대체로 기존 총학이 선관위로 전환되는 양상에 대해 별다른 의문은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독립 기구를 만들 예산 부족, 기존 총학의 선거 과정에 관한 책임감 등을 이유로 기존 체제에 관한 유지 입장을 내비쳤다. 본교도 중선관위 시행세칙 제3장 제12조에 따라 ‘본 회의 장은 총학생회장단 중 1인으로 회장단 합의하에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제46대 총학 선거 역시 제45대 봉우리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성균관대 김민석 총학생회장은 “우리도 외부인이 선관위를 구성하면 고맙지만, 유권자는 선관위에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일종의 책임 전가라며 지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학이 선관위에 빠져도 욕을 먹고 관여해도 욕을 먹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독립 기구 결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