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프놈펜의 사제 “애들아, 나랑 걷자! 같은 길 그대로”
다시 만난 프놈펜의 사제 “애들아, 나랑 걷자! 같은 길 그대로”
  • 박선영 기자, 김모경 기자
  • 승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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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복지 불모지 캄보디아에서 천국을 꿈꾸다 <2> 캄보디아 사회복지학 1세대, 이화에서 피어나다
▲ 어윤경 교수와 넷 소카, 님 챠라니스 등 제자 6명이 3년 만에 캄보디아 프놈펜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워크숍에서 재회했다.


  “교수님 3년 전 캄보디아 교실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기억나시나요?”

  9월14일 이화·포스코관 512호 어윤경 교수(사회복지학과)의 연구실. 키가 170cm가 넘는 장신의 여교수는 당시 이야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창가로 달려가 손바닥 크기만한 액자를 들고 왔다. 액자 속에는 그에게 2010년 캄보디아 프놈펜왕립대(RUPP, The Royal University of Phnom Penh)에서 ‘사회학개론’ 석사 과정을 가르침 받았던 ‘이화-RUPP(약자)’ 1기 졸업생 14명이 웃고 있었다.

  어 교수를 만난 시점부터 한 달 반이 지난 11월1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사진 속 사제는 3년 만에 상봉했다. 본교가 캄보디아 프놈펜 캄보디아나 호텔(Hotel Cambodiana)에서 개최한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워크숍에서다. 주최 측 교수진으로 참석한 어 교수는 이곳 현지 사회복지전문가로서 행사에 초대된 이화-RUPP 1기 졸업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화-RUPP 1기 졸업생은 넷 소카(Nget Sokha)씨, 님 챠라니스(Nhim Channarith)씨, 싱 마카라(Sieng Makara)씨, 켑 번니(Kep Bunly)씨, 쿵 끼니(Kuong Keany)씨, 힉 모리나(Heak Molina)씨 등 6명. 오랜만에 만난 사제는 반가움에 3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교수님. 졸업 후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는 중인데, 교수님의 교수법인 단체 토론 방법을 제 수업에 그대로 적용해 가르치며 항상 교수님을 생각했습니다.”(넷 소카)  

  2010년 처음 만난 이들은 당시만 해도 난생 처음 접하는 사회복지학의 개념을 영어로 배운다는 데 큰 부담을 느꼈다. 캄보디아에는 사회복지의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화-RUPP 1기 학생이 졸업한 이후 캄보디아 사회복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쿵 끼니씨와 싱 마카라씨는 청소년의 중도 탈락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청소년 대부분은 비싼 학비와 이른 구직으로 인해 학교 중도 탈락률이 높다. 싱 마카라씨가 학교 측에 학비를 경감하도록 계속해서 설득한 결과 학교가 이를 받아들였고, 지금까지 초등학생 9명, 고등학생 2명을 학교로 돌려보냈다.  

  “중도탈락 방지 위원회가 학교에 있지만 학교가 복학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돈을 물리기 때문에 중도탈락을 줄이려는 의지는 없다고 봐야죠. 요즘은 학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에도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켑 버니)

  힉 모리나씨는 NGO에서 일하며 건강 프로그램과 재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진료소를 홍보 중이다. 캄보디아에는 건강검진제도가 없고 치료비가 비싸 대부분은 병을 앓아도 치료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사회학개론을 가르칠 때 복지 영역이 세분화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학교 복지(School social work), 건강 복지(Health care) 등 각 영역에서 복지 전문가가 양성돼야 한다는 거죠. 우리 제자들이 교실에서 배운 지식으로 지역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네요.”(어윤경 교수)

  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최초의 사회복지가’로서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를 보며 자랑스러워했다. 제자를 자주 보지 못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날 모인 학생들도 바쁜 생활 탓에 서로 SNS로만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 제자들은 스승 앞에서 각자 분야의 복지 사업을 정리한 책을 언젠가 공동으로 집필하자고 약속했다.

  “오늘 우리는 전문가로서 호텔에 모였지만, 저는 3년 전 작은 교실이 그립습니다. 한 줄로 앉아 옹기종기 모여 수업했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네요.”(어윤경 교수)

  3년 전이 그립다는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이내 어 교수의 주변으로 모여 앉아 장난스런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2010년 프놈펜의 여름, 마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