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RUPP 교실에서 방용환 교수와 2기 재학생 9명이 실습 현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는 요즘 병원에서 일하며 매일 10명 정도의 환자를 만납니다. 오늘은 고아를 만나고 왔는데 마약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다녀왔대요. 알고 보니 이 아이는 통증을 아물게 할 돈이 없어서 진통 효과가 있는 약초를 먹은 거였어요.”(차 소팔·Chea Sophal)

  10월30일 오후6시 땅거미가 질 즈음 20대 초중반쯤 돼 보이는 학생들이 프놈펜왕립대의 이화-RUPP 전용 교실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화-RUPP 2기 재학생이다. 이화-RUPP는 본교가 프놈펜왕립대에 세운 캄보디아 최초의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이다.

  사회복지 실습 현장에서 느낀 점을 진지하게 풀어놓는 학생들과 수첩을 펼친 채 그들이 말하는 하나하나를 기록하는 방용환 교수(사회복지학과). 캄보디아를 걱정하는 이화-RUPP 2세대와 캄보디아로 날아온 현지 교수의 담론은 몇 시간째 이어졌다. 이곳이 한국인 교수와 학생들의 열띤 토론으로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본교가 올해 3월부터 상주 교수를 파견했기 때문이다.

  상주 교수가 파견된 후 현지 실습수업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은 학생이 실습 기관에서 겪은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방 교수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으로 시작됐다. 현재 이들의 실습 기관은 본교가 캄보디아에 최초로 설립한 사회복지기관 ESS(EWHA Social Service)부터 의료시설, 비영리 단체까지 그 범주가 다양하다.

  “병원에서 여성을 위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임시 사업)를 펼치고 있어요. 여성 환자를 위한 오케스트라를 개최하는 등 병원이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요.”(세 셍론·Se Senglorn)

  “요즘 가난한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인 카우뱅크(Cow Bank)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농민이 낙농 지식이 부족해 소를 병들어 죽여요. 소가 죽으면 그들은 생계를 잃기 때문에 소를 살 돈과 전문 낙농 교육을 제공합니다. 농민은 낙농을 통해 창출된 수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죠.”(싱 마카라·Sieng Makara)

  실습 지도가 끝난 후에는 학생들이 실습기관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설명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되는 정전, 9~11월 우기에는 열악한 배수환경을 가진 도시. 하지만 이들은 작년 3월 졸업에 현장에서 캄보디아 사회복지를 이끌고 있는 1기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아 이화-RUPP 사회복지 2세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방 교수 역시 현지에 있는 유일한 본교 교수로서 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overty is still a question mark!”(찬 나리스·Chan narith)
 
  이들은 빈곤을 캄보디아의 난제로 꼽는다. 그들은 졸업 후 사회복지학 교수, 사회복지사, 정책 제안가가 돼 캄보디아가 겪고 있는 가난의 고통이 해결 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의 개념을 캄보디아에 정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