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복지 불모지 캄보디아에서 천국을 꿈꾸다 <1> 캄보디아의 푸른 밤에 훈민정음을 수놓다

 

 글 싣는 순서

  <1> 캄보디아의 푸른 밤에 훈민정음을 수놓다
  <2> 캄보디아 사회복지학 1세대, 이화(梨花)에서 피어나다
  <3> 「이화 복지학개론」: 스스로 자립하게 하라!
  <4> 캄보디아를 바라보는 네 개의 시선

▲ 10월31일 오전9시30분 프놈펜왕립대 CKCC 대강당에서 ‘RUPP-EWHA 도전 골든벨’ 행사가 열렸다. 정답은 맞춘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싸이! 김연아! 고구려! 음력 8월15일!”

  ‘RUPP♥EWH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프놈펜왕립대 한국어학과 학생 약 150명은 한국말을 연신 외쳤다. ‘강남스타일’ CD에 그려진 싸이 캐릭터를 보자마자 말춤을 추고 소녀시대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자마자 ‘소녀시대’를 외치며 환호하는 학생들. 프놈펜왕립대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단 하나의 ‘골든벨’을 울리기 위해 10월31일 오전9시30분 캄보디아 프놈펜왕립대 CKCC(Cambodia-Korea Cooperation Center) 대강당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본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퀴즈를 푸는 ‘RUPP-EWHA 도전 골든벨’ 행사를 개최했다. 문제는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 등 한국학 전반에 걸쳐 출제됐다. 참가자는 대강당 중앙에 열 줄로 앉은 후 1번, 2번, 3번이라고 각각 적힌 빨간색, 흰색, 녹색 종이를 머리 위로 들어 답을 표시했다. 문제는 객관식으로 출제되다가 최후 5인이 남는 순간 주관식으로 전환됐다.
대회 초반 동안 대강당 중앙에서는 모두 같은 색상의 종이들이 일제히 올려졌다. 김연아, 소녀시대, 싸이 등 우리나라의 유명 인사를 묻는 기본적인 문제가 출제돼 모두가 정답을 맞혔다. 한동안 이어진 전원 정답 행진에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던 이해영 교수(한국학과)와 프놈펜왕립대 수오스 만(Suos Man) 부총장은 당황하면서도 흐뭇한 듯 미소를 지었다.

  진정한 승패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묻는 문제에서 갈렸다. 약 30명의 학생이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사실을 몰라 대거 탈락했다. 이후 탈락자를 위한 패자부활전이 열렸다. 끝내 최후의 5인이 남았으며,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을 묻는 문제까지 다양한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최후의 경쟁자 둘의 승패는 ‘둘’로 갈렸다. 태어난 아이의 첫 생일 명칭을 묻는 마지막 문제에서 번티언 소빤냐(Bunthoeub Sopanha, 한국어학과 2학년) 학생은 ‘돌’이라는 답을 적고 폭 피롬(Phork Phyrum, 한국어학과 2학년) 학생은 ‘둘’이라는 답변을 적었기 때문이다.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정답이 발표되는 순간 강당 안에는 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로써 ‘돌’이라고 답을 적은 소빤냐씨가 우승자가 됐다. 그는 프놈펜왕립대 총장상과 부상으로 아이패드 미니를 받았다.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해 우승을 차지한 그는 “작년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소녀시대, 카라 등 케이팝에 큰 관심이 생겼었다”며 “1주일 내내 예상 문제를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프놈펜왕립대 수오스 만 부총장은 “이화가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행사는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하기, 듣기, 쓰기가 모두 조화를 이룬 이번 대회방식이 참 흥미롭다”로 말했다. 또한, 이번 대회 책임자인 언어교육원 이해영 원장은 “문제를 출제할 때만 해도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학생들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당일 저녁 캄보디아 현지 뉴스에 소개돼 교민뿐 아니라 캄보디아인에게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날 ‘RUPP-EWHA 도전 골든벨(한국 역사 문화 퀴즈 대회)’ 행사를 보도한 CNC 방송국은 우리나라의 KBS와 같은 국가 공영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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