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놈펜왕립대 한국어학과 4학년 학생들이 CKCC 건물 앞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티에란(Orm Puthearan)군, 위찌어(Kong Richea)군, 로앗타(Rotha)군, 다닛(Danet)군, 린 위레악(Rin Virak)군, 후어우 라린(Hiew Lalin)양, 넫 싸우리(Nget Sauly)양, 하오 짠쏘카(Hor Chansokha)군, 껑 짠러타(Kong Chanrotha)양, 강 쏘꾼티어(Kang Sokunthea)양(뒷줄 왼쪽부터) 런 낌호앙(Lorn Kimhorng)양, 아엣 쏙찌어(Nget Sokchea)양, 쯔은 쯘다(Choeun Chenda)양(앞줄 왼쪽부터)


  “이방원, 춘향이, 황진이. 모두 우리가 배운 한국 역사 사람이에요. 역사책에서 배운 사람들, 진짜 많아서 여기서 다 말할 수 없어요.”

  한국 역사에 한국인만큼 해박한 캄보디아인이 있다. 2010년 입학부터 약 4년간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공부해 온 프놈펜왕립대 한국어학과 4학년 학생들이다. 현재 본교 한국학과 한국어교육팀은 캄보디아 현지의 한국어 분야 고등인재 양성을 목표로 작년부터 이곳 한국어학과에 전담교수 파견, 교과과정 컨설팅, 기자재 및 도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어학과 재학생 수가 사업 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고 TOPIK(한국어능력시험) 합격자 수도 14.2% 늘었다.

  10월31일 정오, 프놈펜왕립대 CKCC 건물 앞 잔디밭. 이들은 ‘RUPP-EWHA’ 글귀가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채 옹기종기 원을 그려 부침개, 잡채 등 한식을 먹고 있었다. 기자가 이화에서 왔다고 말하자 이들은 먹던 음식을 정리하고 원 사이로 자리를 내줬다.

  “이화여대에서 왔나요? 여기 앉으세요. 나는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남자라서 슬픈 다닛(Danet)입니다.”

  곧 졸업을 앞둔 한국어학과 4학년 학생 13명은 이화여대에 관심이 많았다. 본교는 서강대와 함께 프놈펜왕립대에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졸업 후 본교를 비롯한 한국 대학에서 유학을 꿈꾸고 있었다.

 기역, 니은, 디귿을 익히는 한국어 초보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예비 강사가 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한국어 열풍이 서서히 불던 2010년 한국어학과에 입학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K-POP,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끼며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국어에 입학 당시만 해도 된소리, 경어 사용 등 까다로운 한국어 문법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며 고등 문법, 한국어 토론은 물론 한국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한자, 역사, 문화까지 섭렵했다. 지금은 4학년 전공 수업인 ‘한국어교수법1(Academic Korean1)’을 들으며 캄보디아 현지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어가 절대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4년간 단계적인 한국어 수업을 통해 현재는 한국어 강사, 한국계 기업 입사까지 생각할 정도로 한국 자체에 관한 이해가 깊어졌어요.”(린 위레악, Rin Virak)

  이들은 주몽, 이성계, 이방원 등 역사 인물을 거론하며 해박한 한국사 지식과 사극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3학년 전공 수업인 ‘한국역사(Korea History)’를 통해 고조선 시대부터 오늘날 한국 사회까지 한국사를 공부했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불교를 비교하며 고려 불교를 이해하고, 고려 말 공민왕의 개혁 정치를 공부하며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배웠다. 간도 문제, 독도 문제 등 한국이 중국, 일본과 겪고 있는 역사 분쟁도 공부했다. 특히 이들은 캄보디아에 방영 중인 한국 사극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역사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단군부터 한국사를 배웠어요. 삼국시대, 조선시대가 특히 어려웠는데 ‘주몽’, ‘선덕여왕’, ‘대장금’ 등 한국 사극을 통해 역사 인물을 쉽게 접했어요.”(하오 짠쏘카, Hor Chansokha)

  이들은 양국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꼽았다. 캄보디아인은 서두르지 않고 뭐든지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느림의 미학’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에 한국인의 성급한 문화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만큼은 ‘빨리빨리’였다.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재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와 음악 방송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캄보디아에서는 이민호, 이승기, 장근석이 잘 나가요. 이민호와 박신혜가 나오는 드라마 ‘상속자들’이 재밌더라고요. 청소년 대부분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할 정도로 캄보디아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가 상당합니다.”(로앗타, Ro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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