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앞 찾고 싶은 거리 방치돼 “찾기 싫어요”
정문 앞 찾고 싶은 거리 방치돼 “찾기 싫어요”
  • 박예진 기자, 황선영 기자
  • 승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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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 앞 거리는 2005년 찾고 싶은 거리로 지정됐다.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으로 향하는 인도에 설치된 화단 박스에 명패가 붙어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 노점상 진열대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 방향의 인도를 차지해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공간밖에 남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본교생 ㄱ씨는 지난 여름방학에 정문~신촌기차역 길에 있는 A가게 앞 보도를 지나다 행인과 부딪혀 들고 있던 가야금을 떨어뜨렸다. 한 행인이 A가게 앞 보도 절반을 차지한 노점을 피해가려다 ㄱ씨와 부딪쳐 난 사고였다. 이날 사고로 ㄱ씨가 지불한 가야금 수리비는 20만원.

  본교 근처 보도에서 학생들의 보행권과 노점상의 생존권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대역에서 본교 정문을 거쳐 신촌기차역까지 이어지는 이화여대로는 2005년 보행자 위주의 ‘찾고 싶은 거리’로 지정됐음에도 노점상, 허가받지 않은 광고물들의 점유가 원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2005년 교육·문화 환경 개선 사업의 하나로 이화여대로를 찾고 싶은 거리로 지정했다. 당시 서울시는 이화여대로의 도로 정비, 전신주와 분전반 제거, 건물 간판 정리 등 거리 조성사업에 약 29억5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찾고 싶은 거리 지정 8년째를 맞은 지금, 이화여대로는 무질서하게 들어선 적치물 때문에 ‘찾기 싫은 거리’로 변했다.

  이화여대로 찾고 싶은 거리의 보도는 보행자 통행과 마찰을 빚는 적치물이 차지하고 있었다. 본지가 5일 오후5시30분 이화여대로 찾고 싶은 거리를 찾아 노점상과 허가받지 않은 광고물을 조사한 결과, 찾고 싶은 거리에는 노점상만 42개가 자리하고 있었다. 홍보를 목적으로 세워 놓은 적치물은 27개, 신발 등을 올려놓은 진열대는 31개가 놓여있었다. 이는 서대문구청에서 규정한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서대문구청은 구청에 등록하지 않고 보도 위에 설치한 광고물과 진열대를 자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보행권과 마찰을 빚는 대상으로 노점상이 우선으로 꼽힌다. 보행을 방해하는 노점상 때문에 사고가 났던 ㄱ씨는 “노점상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이 지나가고도 충분했던 거리였다”며 “노점상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면서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시는 2005년 찾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면서 2개 차로(폭 7m)를 1개 차로(폭 3.5m)로 줄여 보도를 넓혔지만, 노점상 때문에 확장사업은 무용지물이 됐다. 본지 조사 결과, 찾고 싶은 거리에 있는 노점상 42개 중 보도에 자리한 노점상은 약 88%(37개)에 달했다. 이들 노점상은 보도 위에서 영업하면서 시민들의 보행로를 막고 있었다. 이대역~정문에 있는 B가게 앞 보도는 2005년 시행된 확장사업으로 폭이 약 2m50cm지만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있어 실제 보행이 가능한 폭은 약 70cm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평균 어깨너비가 약 37.9cm인 것을 감안하면 성인 2명이 지나가기도 버거운 폭이다.

  한편, 현실적으로 현재 영업 중인 노점상을 정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노점상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B가게 앞 노점상 주인 ㄴ씨는 “보행자 통행 환경을 보장하기위해 노점상을 정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관리를 하고 있지만 이미 예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영업 하던 사람이라 강압적인 관리는 어렵다”고 했다.

  노점상에 보도를 빼앗긴 보행자는 불법 광고물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5일 정문~이대역 길에 있는 C가게에서 내놓은 제품 진열대가 보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C가게는 폭이 약 1m78cm인 가게 앞 보도에서 약 86cm를 제품 진열대를 놓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5일 가게 앞을 지나가던 ㄷ(광고홍보·11)씨는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간에는 C가게 앞을 지나다가 진열대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다”고 했다. 

  이에 가게 측은 진열대 등의 적치물과 행인의 보행 환경이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문~이대역 길에 있는 C가게 주인 ㄹ씨는 “경쟁 가게가 먼저 보도에 진열대를 설치했다”며 “진열대가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준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불법인 줄 몰랐다”고 했다.

  현재 본교 앞 찾고 싶은 거리는 ‘보도상 불법노점상·노상적치물 금지구역(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대문구는 2008년 주민통행이 많은 지하철 및 상가 입구, 학교통학로, 좁은 보도 등을 위주로 불법노점 및 노상적치물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청이 정기적으로 입간판 등 불법 광고물 규제, 단속을 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가게 주인이 구청 관계자의 단속을 미리 알고 단속에 맞춰 불법 광고물을 일시적으로 치워놓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작은 입간판 하나라도 보도 위에 내놓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 허가 목록에 있는 입간판은 3~4개뿐”이라며 “상점 주인이 구청에서 검사할 때만 불법 광고물을 치워놓아 구청에서도 해결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보행 환경을 방해하는 노점상과 불법 광고물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은지(경영·08)씨는 “보행자가 보도를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없게 만드는 노점상 등에 대한 명확하게 제재해야한다”며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보도 환경이 만들어져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찾고 싶은 거리 지정 후, 관련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김성조 교수(도시행정학과)는 “도시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조성이 아닌 관리”라며 “찾고 싶은 거리 지정 후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 아니라 상인, 노점상인, 구청 간의 합리적인 타협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