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당찬 이화인 될래요.”
“성큼성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당찬 이화인 될래요.”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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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km 암벽 요세미티(Yosemite) 완등한 이희옥씨 인터뷰
▲ 9월13일~9월23일 요세미티(Yosemite) 계곡을 완등한 이희옥씨 제공=이희옥씨


  10월4일 명동에서 ‘암벽여제(女帝)’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가 84.6m 높이 백화점 건물을 27분 만에 완등(完登)했다. 이전에는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진 암벽 등반이 이제는 여성도 도전하고 즐기는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 한 이화인이 높이 1km 암벽을 넘어서기 위해 9월13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화의 암벽여제를 꿈꾸며 9월13일~9월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Yosemite) 계곡을 완등하고 돌아온 이희옥(중국어교육학 전공 석사과정)씨다. 그를 9월25일 만났다.

  암벽 등반 10년 차. 이씨는 인하공업전문대학 재학 시절 산악부에서 암벽 등반을 시작해 꾸준히 국내에서 암벽을 올랐다. 하지만 직장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며 외국에 장기간 원정 등반을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이씨는 학부 시절 산악부에서 개설 40주년 기념으로 요세미티 등반을 거의 전액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산악부 남성 동료 3명과 요세미티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Sierra-Nevada) 산맥에 있는 계곡인 요세미티는 높은 고도의 미끄러운 바위 지대로, 한국 등반가가 많이 도전하는 등반 코스이기도 하다.

  “요세미티는 여성이 완등하기에는 버거운 코스에요. 하지만 남성 동료와 똑같이 장비를 나눠지고 바위벽을 타며 여성도 요세미티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9박10일 등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약 5개월 동안 혹독한 사전 협동 훈련을 했다. 우선 이씨는 5월~7월 문학경기장 인공암벽장, 당고개 인공암장에서 약 10kg의 장비를 끌어올리는 도르래 이용법과 장비 설치 방법을 숙달했다. 8월부터 출발 직전까지는 모든 팀원이 북한산 인수봉, 설악산 적벽 등 바위산에 장비를 설치하고 회수하며 실전 연습을 했다.

  “암벽 등반은 앞서 가는 선등자가 암벽에 장비를 설치한 후 짐을 끌어올리고, 모두가 로프를 타고 암벽에 오르면 후등자가 장비를 회수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험준한 절벽을 타는 와중 한 명이라도 정신을 놓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기에 사전 협동 훈련을 거쳐야 하죠.”

  이들은 9월13일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해 앨 캐피턴(El Capitan)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앨 캐피턴은 화강암으로 구성된 바위산으로 수직 높이가 약 1km인 까다로운 코스다.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면 높은 고도 때문에 정상 가까이에 붙어 벽을 타고 있는 사람은 개미처럼 보일 정도다.

  “흔히 세계적인 등반 장소하면 히말라야를 떠올리는데 이곳이 등반가들 사이에서는 더욱 도전적인 코스에요. 수직으로 높게 솟아있고 미끄러운 화강암으로 구성된 지형 때문에 까다롭기 때문이죠.”

  이씨와 그의 동료는 약 1주일 정도 베이스캠프에서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3박5일 등반길에 나섰다. 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거웠다. 정상에 올랐다가 캠프로 돌아올 때까지 필요한 식수와 식량은 물론 등반 장비까지, 대원 1인당 감당해야 할 짐의 무게가 약  30kg이었다. 바위 오버(경사가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부분)에서는 미끄럼이 심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바위 중간에서 식사와 취침을 반복했어요. 장비가 무겁다보니 말린 음식 위주로 식량을 최소화했는데 식량 조절에 실패해 정상에 다다랐을 때는 위기를 겪기도 했죠. 해가 다 저물어서야 하산을 하게 돼 내려가는 길도 힘들었어요. 어둠 속에서 미끄러운 바윗길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게 최대 장애물이었죠.”

  이씨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암벽 등반의 매력으로 꼽았다. 동료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스포츠인 동시에 결국 스스로가 암벽을 올라서기 때문이다. 이씨는 암벽 등반은 여학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본교생에게 실내 암벽 타기나 북한산 등 가까운 바위산 등반으로 기초부터 닦으라고 말했다.

  “ECC 휘트니스 센터에는 실내 암벽 시설이 있어 학생도 쉽게 암벽 등반에 도전할 수 있어요. 제가 장비 적응 훈련을 한 설악산 적벽은 고도감이 인공 절벽과 비슷해 초보자도 도전할 만하고요. 제가 요세미티에서 저와의 싸움을 이겨냈던 것처럼, 이화인 여러분도 암벽 등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