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NS 타임라인은 이른바 '숙명여대 바나나' 논란으로 불타고 있었다. 숙명여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말도 안 되는 바나나 사건은 무엇이었던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숙명여대 학교식당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2학기 개강을 앞둔 8월 말 학생식당의 메뉴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세계푸드는 학생이나 학생회와는 아무 협의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신세계푸드는 학내 게시판에 사과문과 함께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 지급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계속된 학생들의 반발에 대처하기 위해 바나나 개수를 1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를 추가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생색내기 식 대처방안이었다.

  대학생들은 사회의 철저한 ‘을’로서 인식 된 지 오래다. 학교는 다양한 사건에 대해 학생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한, 스타벅스의 2012년 기습 가격 인상이나 이번 숙명여대 사건과 같이 여러 커피전문점과 학내 대기업의 가격 인상에서도 그저 사실을 통보받는 경우도 많다.

  언제부터 대학생들이 이러한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된 것일까. 이는 지난날 부당한 처사에도 행동하지 않고 조용히 수용해왔던 우리의 책임이 크다. 우리는 분명히 잘못된 것들을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방관해왔다. ‘나 하나로는 바뀌지 않을 것’, ‘나와는 상관 없는 일’ 등 다양한 변명을 대가며 말이다. 물론 요즘은 온라인 서명운동, SNS를 통한 이슈화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과거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표출은 인터넷이라는 가상현실 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나더라도 그저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인터넷 속에서는 온 사회가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만의 우물에 갇혀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대학생이 행동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잘못된 것을 우리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옳은 것을 향한 우리의 의지를 사회에 보이고 관철하자는 뜻이다.

  흔히 대학생을 ‘행동하는 지성’이라고 얘기한다. 행동하는 지성이 되기 위해서 당장 사회의 불의를 해결하겠다며 시위현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인하, 아르바이트 환경개선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주변의 부당함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된다. 인터넷의 벽을 뚫고 직접 사회와 마주하자. 잘못된 사건의 뿌리를 찾고 그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강의실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외치자. 모두가 힘을 합해 이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모든 것은 그 행동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나나 사건’에 반발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숙명여대 45대 총학생회 새날은 10월28일부터 3차례에 걸친 반값밥차 운영으로 신세계푸드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반값밥차를 통해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과 학생회의 작지만 위대한 운동에 끝없는 응원을 보낸다. 그들의 행동은 대학생이 사회의 ‘을’이 아닌 사회의 주체로서 바로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