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점수를 위해 거짓 진단서 제출하는 학생들
출석 점수를 위해 거짓 진단서 제출하는 학생들
  • 조윤진 기자, 조은아 기자, 양한주 기자
  • 승인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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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ㄱ(인문․13)씨는 늦잠을 자 전공수업에 결석했다. 출결점수가 깎일 것을 우려한 그는 문서양식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3000원을 내고 병원 진료확인서(혹은 진단서) 양식을 내려받고 함께 내려받은 병원 직인을 포토샵으로 붙였다. ㄱ씨는 직접 만든 진단서를 교수에게 제출해 정상적으로 출석 처리됐다.

  #2 ㄴ(화학․11)씨는 작년 겨울에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스캔해뒀다. 결석할 일이 생기면 컴퓨터로 진단서 파일의 날짜를 바꿔 ‘거짓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진단서 양식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면 진단서 파일을 3000원~5000원에 팔기도 한다. ㄴ씨는 “진단서를 까다롭게 검토하는 수업이 아니면 대부분 통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결석에 따른 감점을 피하고자 거짓 진단서가 동원되고 있다. 일부 수업이 진단서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거짓 진단서는 실제로 병을 앓고 있지 않지만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뗀 진단서 및 위조문서를 의미한다. 형법 제231조에 따르면 진단서 등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하는 행위 즉, 거짓 진단서는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 학생과 교수는 거짓 진단서가 범법행위라는 점을 몰랐거나 교수가 이점을 알고 있어도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지 취재 결과 거짓 진단서 제출은 수강생이 100명 이상인 대형 강의에 특히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과대학 행정실이 제공한 대형 강의 300개 중 기자가 무작위로 60개를 선정해 10월29일~10월31일 전화상으로 취재한 결과, 지난 학기 진단서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42개 강의 중 7개 강의(16.67%) 조교가 거짓 진단서를 적발했다. 진단서를 출석으로 인정하나 진위 여부를 자세히 검토하지 않는 강의를 감안하면 거짓 진단서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단서에는 원칙적으로 병명이 기재되지 않아 진단서만으로는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대형 강의에 출석 근거로 거짓 진단서를 제출했던 ㄷ씨는 “대형 강의는 수강생이 많아 거짓 진단서를 내도 쉽게 들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은 타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학기에 거짓 진단서를 제출한 학생 4명에게서 사유서를 받은 중앙대 ㄹ교수는 “학기 초마다 학생들에게 거짓 진단서의 위법성에 대해 강조하지만 적발되는 거짓 진단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는 아예 진단서를 받지 않는 방법까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거짓 진단서는 대부분 출석을 관리하는 조교가 의심스러운 진단서에 한해 병원에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적발됐다. 지난 학기 대형강의에서 거짓 진단서를 적발한 한 조교는 “출결 검사 1주 전에 학생들이 진단서를 한 번에 최대 4장씩 가지고 와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도장이 찍힌 위치가 똑같은 진단서를 여러 장 가져오거나 학생의 거주지와 진단서에 명시된 병원 위치가 지나치게 먼 점이 이상해 확인해본 결과 없는 병원인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수업에서 거짓 진단서를 제출한 6명은 해당일자 출석이 무효 처리되고 기말고사에서 감점 30점을 받았다.

  학생들은 병원에서 허위로 진단서를 받기도 한다. 허위로 진단서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자가 직접 본교 인근 병원에 방문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자 간단한 질문 끝에 약 5분 내로 손쉽게 ‘진료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다. 발급 비용은 들지 않았다. 진료확인서는 의사가 진료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서로 병명을 표시하지 않고 별도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비해 진단서는 구체적 병명이 들어가며 발급 시 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편, 수업 시간에 요구하는 문서는 대부분 진료확인서이며, 이는 진료확인서 대신 진단서라는 단어가 교수와 학생 사이에 진료확인서와 진단서를 아우르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A병원 ㄹ의사는 “기본적인 진료 후 진료확인서를 끊어 주지만 환자가 의도적으로 거짓 증상을 이야기할 경우 진위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제출하는 거짓 진단서는 엄연히 불법이다. 형법 제231조에 따르면 개인적인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 1000만원에 처해진다.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ㅁ교수는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의 내용이나 병원 이름, 날짜 등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명백한 위법으로,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거짓 진단서가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병원 이름과 날짜를 위조해 거짓 진단서를 제출한 ㅂ씨는 “진단서를 위조하는 방법도 간단하고 단순히 이름이나 날짜를 바꾸는 수준이라 범죄라고까지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거짓 진단서를 다섯 차례 이상 제출한 ㅅ씨는 “거짓 진단서가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인 만큼 가볍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단서를 받는 교수 역시 거짓 진단서 상황을 모르거나 아는 경우에도 제재에 어려움을 겪는다. ㅇ교수는 “학생들이 진단서를 위조해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이 출결점수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러 유감”이라고 말했다. 학생 200명 이상이 수강하는 ‘신화·상상력·문화’ 수업의 김지선 교수(일본어교육 전공)는 “지난 학기에 거짓 진단서를 몇 차례 적발해 무효 처리한 적이 있다”며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많다보니 거짓 진단서를 내는 학생을 일일이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거짓 진단서 제출 현황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지금까지 거짓 진단서에 관한 민원이 없어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거짓 진단서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예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출결을 관리하는 조교들은 거짓 진단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예술과 철학의 만남’의 출결을 관리하는 김은영 조교는 “일차적으로는 학생들이 거짓 진단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겠지만 교수나 학교 역시 진단서를 받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공정성을 위해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취재원의 신상 보호 요청에 의해 일부 취재원 이름과 수업명이 수정되었음을 밝힙니다.(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