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공간 부족해 조예대 작품 방치 후 도난·훼손 잇달아
보관 공간 부족해 조예대 작품 방치 후 도난·훼손 잇달아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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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이 조형예술관 내 복도나 옥상 입구에 작품을 세워뒀다. 조예대 내 11개 학과 중 작품보관실이 있는 학과는 단 2곳이다. 작품이 쌓여 있는 조형예술관A동 6층 옥상 입구 모습.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 작품이 쌓여 있는 조형예술관A동 5층 복도 모습.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ㄱ(동양화․10)씨는 지난 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교수에게 제출할 작품 한 점을 잃어버렸다. 조형예술대(조예대) 건물 내 복도에 세워두었는데, 얼마 후 다시 가 보니 작품이 사라져 있었던 것. 캔버스 80호(145.5cm×112.1cm) 사이즈에 한 달 동안 공들여 그린 분채 작품이었다. 건물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을 수 없었다.

  #.ㄴ(조소·09)씨는 학기마다 작품 처리 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만든 작품을 학교에 보관하자니 마땅한 공간이 없고 집에 가지고 가려고 하니 트럭 용달비 5만원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ㄴ씨는 “많은 학생들이 학기가 끝날 때마다 작품을 버린다”며 “한 학기동안 애써 만든 작품을 버릴 때마다 안타깝지만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내 학생들의 작품이 도난, 훼손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보관실이 부족하고 작품의 안전을 보장하는 별도의 보안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조예대 내 11개 학과 중 작품보관실이 있는 학과는 2곳에 불과하다. 작품보관실이 없는 학과에서는 보관 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훼손, 분실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3일 기준) 조형예술관 A동 복도에 방치된 작품만 해도 약 300점에 달했다.

  작품보관실이 따로 없는 학과의 학생은 복도나 공동 실기실에 작품을 세워두는 방식으로 보관해야 하는 실정이다. 무방비 상태로 작품을 방치하다 보니 도난사고도 빈번하다는 게 조예대 학생 대부분의 증언이다. ㄷ(동양화‧10)씨는 “1학년 때는 개인 실기실이 배정되지 않아 작품을 조형예술관 A동 6층 옥상에 세워놓았는데 도난당했다”며 “CCTV를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라 결국 못 찾았다”고 말했다. ㄹ(서양화·13년졸)씨는 “동양학과나 서양학과 등 회화 관련 학과에선 종종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져가 본래 그림을 지우고 자신이 그 캔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붓을 놓고 싶기까지 했다”고 했다. 

  훼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ㅁ(동양화·10)씨는 “개인 실기실 만으로는 공간이 여의치 않아 작품을 주로 복도나 옥상 입구에 세워놓는다”며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여름에는 쉽게 습기가 차 작품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양화과와 도자예술과 학생들은 기존 작품보관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양화과와 도자예술과의 작품보관실은 10평(약 33m²) 남짓의 크기다. 하지만 학생들은 작품 크기에 비해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리고 있다. 서양화과, 동양화과 등 회화 관련 전공의 경우 일반적으로 작품의 크기가 캔버스 30호(90.9cm×72.7cm), 40호(100.0cm×80.3cm) 이상으로 작품 개수가 늘어날수록 보관하는 데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학생들은 전공 수업 하나에 작품 2개 이상을 제출해야 한다.

  조예대 학생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예대 정보윤 대표는 “사물함 수요를 조사하고 공간 부족 문제를 총학에 건의하는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예대 측은 공간 부족 문제는 고질적인 것이라며 시설 마련 외에 도덕성 강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조예대 오숙환 학장은 “방치돼 있는 작품을 정리하고 중요한 물건은 따로 보관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생활환경관 쪽에 창고를 하나 더 확보하고 CCTV의 사각지대를 최소화 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함께 사용하는 학생이 서로의 작품을 지켜주고 아껴주는 좋은 풍토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타대도 본교 상황과 비슷했다. 서울대 미술대학은 따로 작품보관실이 없으며, 학생 개인이 관리하도록 돼있다. 국민대 미술학부, 홍익대 미술대학 역시 작품보관실이 따로 없다. 이들 대학은 학생 1인당 가로 약 30cm, 세로 약 60cm 크기 철재사물함 1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