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로 정체성 잃은 생활도서관…인지도 높이는 게 과제
대중화로 정체성 잃은 생활도서관…인지도 높이는 게 과제
  • 박예진 기자
  • 승인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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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생활도서관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2일 오후4시경 학생문화관 242호 생활도서관(생도). 약 3400권의 책이 서가에 빽빽하게 꽂혀 있다. 그러나 빽빽한 책들과 달리 생도를 찾은 학생은 단 2명이었다.

대학가 생도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대학 내 중앙도서관(중도)과 차별성을 띠지 못하고 생도 건립 시기에서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학생들은 생도가 어디 위치해 있는지, 어떤 성격을 지닌 자치단위인지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에 생도가 처한 존폐 위기와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사회 흐름을 변화로 설립 취지를 고수하지 못한 생

학생들은 생도를 거의 찾지 않는다. 본교 생도 관계자에 따르면 3월~9월 생도 대출 수는 142건이었다. 하루 평균 약 8명의 학생만이 생도를 찾는다. 현재는 인지도도 낮다. 일부 학생은 “생도가 독서 토론 동아리인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생도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방안으로 취급하는 도서 분야를 다양화했다. 이 선택이 생도에게 독이 됐다. 이들은 기존 사회과학 서적에 추가로 대중서를 확충했다. 하지만 중도에서도 이 책들을 대부분 열람·대여할 수 있어 생도 이용률을 높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었다. 최지희(심리·11)씨는 “중앙도서관에 더 많은 도서와 자료가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내서 생도를 찾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생도의 특수성을 담은 홍보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도가 설립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생도는 학문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독서실화된 도서관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지식의 자유를 추구하던 학생들에 의해 설립됐다. 그러나 생도는 달라진 사회 흐름에 따라 이 취지를 고수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대중도서관운동가 전세중씨는 “현재 각 대학의 생도는 현실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는 생도가 시대에 한 발 뒤쳐져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한다”고 했다.

 

△ 금서를 다루던 생도, 2000년대 들어 존폐 위기

대학가 생도는 도서출판에 정부가 제재를 가한 1980년대 필요성이 대두했다. 당시 문화공보부가 도서출판을 사전 심의하고 불온서적을 지정해 특정 서적을 읽고 논의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맞서 학생들은 대학도서관에서 볼 수 없었던 금서(禁書)를 읽고 학문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고자 생도를 만들었다. 1990년 고려대에서 최초로 생도를 개관한 뒤 ▲본교(1994년) ▲서울대(1996년) ▲성균관대(1999년)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학생이 직접 운영하던 생도는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도서를 제공해 줄 수 있었고, 이는 곧 학생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학문,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2000년대로 접어들며 생도는 존폐 위기를 맞았다. 달라진 사회 흐름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힌 서적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대중도서관운동가 전씨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생도의 건립 취지를 뒤흔들어 놓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보화시대가 도래해 인문·사회과학에 관한 대학생의 관심이 낮아졌다”며 “이 시점에 생도의 존재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박준식 석좌교수(문헌정보학과)는 “사회적 배경이 달라지면서 관심이 저하되는 추세지만 대학생은 생도 건립에 담긴 의미를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도의 위기 극복법… 학생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우선

위기에 빠진 생도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본교 생도는 ▲강연회 ▲세미나 ▲토론 등을 개최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생도 자체를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조주은(경제·11)씨는 “생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생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생도 행사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생도가 이용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지만 지원금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본교 생도는 이번 학기 지원금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생도 임솜이 관장은 지원금만으로는 비품 구비, 도서 확충 등의 생도 운영을 지원금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 관장은 “기획도서전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예산이 부족해 생도 구성원들이 학기마다 각자 4~6만원씩 사비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타대 생도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김귀정 생도는 추모제 진행비를 제외하고는 학교로부터 받는 별도의 지원금이 없다. 생도의 운영비는 생도 관장에게 주는 민주동문회 장학금으로 메우고 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생도도 2008년 자치기구로서의 자격을 잃어 지원금을 삭감당했다. 건국대 생도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재작년에 총학 산하기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생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특수성을 살리고, 교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명대 박 교수는 “학생 손으로 직접 만들고 운영하던 생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생도는 학생과 직접 맞닿을 수 있는 등을 구성해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