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영 기자의 이화교직원 열전 <5> 연구처 연구진흥팀 송은주 수의사

▲ 종합과학관C동에서 실험용 쥐를 관리하는 수의사 송은주씨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이화에는 학생 수만큼 많은 동물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매일. 하루에 실험용 쥐 약 2만 마리를 관리하는 본교 1호 수의사 송은주씨다. 본교에 있는 실험용 쥐는 그의 손길을 거친다.

  수의사 송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까다로웠다. 그의 사무실은 종합과학관(종과) C동 지하1층에 있다. 종과 C동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정면에는 굳게 닫힌 큰 유리문이 있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출입일지까지 작성하니 그제야 문이 열렸다.

  “이곳은 병원 수술실 정도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야 해서 출입 절차가 까다로워요.”

  송씨는 쥐의 건강 관리뿐 아니라 쥐가 사는 케이지(Cage), 공기, 온도 등 모든 환경을 알맞게 유지하는 모든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병원체가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수의사는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제 역할은 쥐가 처음부터 아프지 않게 하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병의 치료가 아닌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수의사예요. 쥐의 건강은 연구 결과와 직결되거든요.”

  2009년 12월 연구처 연구진흥팀에 들어온 송씨는 오자마자 발생했던 감염사고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정말 아찔했다. 당시 송씨가 빨리 대처해 모든 쥐를 내보내야 하는 대형 사고는 막았다.

  “한 번 병원체가 침투하면 빠르게 번져나가기 때문에 심할 경우 모든 쥐를 죽여야 해요. 하지만 당시 감염 원인이었던 ‘요충(燥蟲)’을 빨리 찾은 덕분에 쥐들을 살릴 수 있었어요.”

  송씨가 쥐를 관리하며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윤리’다. 그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으로서 쥐가 윤리적으로 실험에 이용되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사한다. 실험 중 쥐가 불필요하게 희생당하는 것을 막는 것이 동물실험윤리의 핵심이다.

  “동물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들에게 계획서를 받아요. 그 계획서를 보고 연구자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쥐를 이용하지는 않는지 등을 체크하죠. 실험도 중요하지만 동물의 복지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송씨가 본교에 온 뒤로 교내 연구자의 실험동물 윤리의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다. 그는 연구자의 윤리교육 횟수와 참여율을 높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제출하는 실험계획서를 보면 예전보다 연구자의 윤리의식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 뿌듯해요. 현재 동물실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연구자 윤리교육을 활성화해 참여율을 더 높이는 등 실험윤리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연구와 윤리의 균형. 송씨가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생각하는 부분이다. 윤리만 강요하면 연구가 저해될 수 있고, 연구만 중시하면 윤리가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칠 수 없는 저울을 두고 그는 오늘도 고민, 또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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