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옥스퍼드에 위치한 옥스팜 1호점


  영국 옥스퍼드 브로드가(Oxford Breoad Street) 번화가 초입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녹색 리본이 그려진 간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영국의 활발한 중고 문화의 시작점인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 1호점이다. 지하부터 2층까지 이뤄진 좁은 네 평짜리 옥스팜 1호점에는 의류, 장신구 등 약 20종의 물건 약 1500개가 종류별로  선반마다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기자가 옥스팜 1호점을 방문한 오후3시 가게는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루 평균 약 1500명이 이곳을 찾는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옥스퍼드 주민들이 독일 치하에 있던 그리스인들을 구호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영국의 중고 문화가 자선 또는 기부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다. 옥스팜 1호점은 1948년에 개업해 올해로 65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영국 중고 거래의 20%를 차지하며 전 세계 약 100국에 3000개 이상의 자선중고가게를 설립해 구호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선중고가게인 아름다운 가게 역시 옥스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판매 상품은 크게 잡화류와 의류, 음반류로 나뉜다. 장신구를 비롯한 잡화류는 판매제품 중 약 20%를 차지했고 가장 수요가 높은 의류는 40~50%를 차지한다. 지하에 진열된 음반류는 약 40%에 달했고 도서류는 옥스팜이 헌책방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을 감안해 취급하지 않는다.

  옥스팜은 중고품을 팔 때 원가의 50% 이하로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격대는 평균 15파운드(원화 약 2만5000원)로 원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2~10파운드(원화 약 3600원~1만7000원)에 옥스팜 운영에 필요한 5파운드(8500원)를 더해 결정된다. 옥스팜 1호점에서 3년째 자원봉사 중인 아만다 아벨(Amanda Abel, 26)씨는 “기부 받는 물품은 먼지를 제거하고 상품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매긴다”며 “판매하기 전에 별도로 손질을 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도 옥스팜의 주요 기부자다. 옥스팜에서 판매되는 물품 중 약 15%는 기업이 기부한 새 제품이다. 종류는 반지 등 장식품부터 샴푸 등 생필품까지 다양하다. 아벨씨는 “개인 뿐 아니라 기업도 기부에 적극적이다”라며 “비용을 들여 재고를 처리하는 것보다 자선가게에 기부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고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스팜 1호점은 다른 점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자랑한다. 옥스팜 1호점을 운영 중인 윌리엄 아서(William Arthur, 35)씨는 “다른 점포와 비교해 약 두 배 이상 판매량이 많다”며 “영국 중고문화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스팜 1호점에 방문한 조세핀 홀리만(Josephine Holiman, 28)씨는 “중고품이긴 하지만 잘 손질돼 있어 새 상품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판매수익이 자선을 위해 쓰이는데다 옥스팜 1호점이 역사와 일상이 맞물려 있어 이곳에서의 쇼핑이 더욱 가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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