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대(University of Wisconsin)


  영화에서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거닐며, 햇빛이 좋은 날이면 넓은 풀밭에 앉아 책을 읽는 미국 대학생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드디어 나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이제는 관객으로서 그 표면적인 장면만 동경하는 사람이 아닌, 장면 속 한 인물이 된 셈이었고, 관객의 입장과 장면 속 인물의 입장 차이는 엄청났다.

  처음 위스콘신대(University of Wisconsin)에 도착했을 때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캠퍼스에 한강만한 호수가 있는 것이 신기했고, 미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큰 캠퍼스 지리를 익히고 수업을 따라가기 바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Theatre 120’이라는 연극개론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젊은 여자 분이었는데, 연극을 하신 분답게 당당하셨다. 학생들에게 조명, 음향, 의상, 장면 등의 효과를 배우게 하도록, 학생 두 명이 2분 정도 되는 대사를 무대의상을 입었을 때, 무대의상은 입었지만 음향이 없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장면을 반복하게 해 그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셨다. 한 번은 갑자기 학생들에게 계란이 날아와 웃음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계란은 가짜였고, 교수님께서 요즘 연극은 이런 사실적인 효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계란을 직접 던진 것이었다. 글 한 줄로 배웠으면 지겹고 와 닿지 않았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배우니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강의가 됐다.

  겨울방학 때는 여행을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부 배낭여행이다. 같은 시기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있던 쌍둥이 언니와 배낭만 매고 한 달 동안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부터 플로리다(Florida)까지 동부를 여행했다. 현대 도시지만 올드 타운(Old Town)이라는 곳을 구분해 옛날 모습을 살려놓은 필라델피아, 유명 대학이 많아 학구적이며 특히 밤이 멋있는 보스톤(Boston), 뉴요커들은 하지 않는다지만 10시간 동안 화장실과 추위를 참아가며 타임스퀘어에서 새해 이브 카운트다운을 했던, 월 스트리트(Wall Street)의 사람들은 오후3시면 퇴근해 휑한 길거리로 우리를 당황케 했던 뉴욕(New York), 그리고 박물관과 정부 건물이 많아 수도임을 자부하는 워싱턴(Washington)...... 우리는 값싼 호스텔에 한 도시 당 삼일씩 묵었고, 아침이면 바람을 뚫으며 추운 줄 모르고 여행했다. 길을 헤맬 때면 무료 와이파이를 얻으려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를 들어가 구글맵을 통해 길을 찾았고, 잠시나마 몸을 녹이며 마신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너무도 맛있고 소중했다. 춥고 돈을 아껴야 했기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 감사했고 한 도시의 동네가 주는 고유한 느낌과 어우러진 스타벅스를 도시별로 가볼 수 있었다.

  교환학생으로서의 모든 생활이 전부 기억 속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순간순간 내게 감명을 준 장면과 시간에 관해서는 세세하게 말 한마디까지 다 기억한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도 썼고, 사진도 찍었다. 되새길 때 마다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는 것은 참 신기하다. 평생 나에게 미소를 주는 것만으로도 교환학생은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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