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쟁, A/S는 보장되나요?

▲ 27일 기자가 과테말라, 콩고, 프랑스,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들어봤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글 싣는 순서
<1>대학가 글로벌 경쟁에 유학생 등 터진다
<2>복지 1위 대학에서 복 받지 못하는 유학생

 
<편집자주>

  전액 장학금, 외국인 전용강좌 개설, 한국 기업 입사.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대학이 내건 ‘달콤한’ 조건이다. 교육부가 2012년 ‘유학생 유치 관리역량 인증제’까지 도입한 데 따라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study Korea 2020 project 추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교육부 대학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10만 명에 이른다. 2005년만 해도 약 2만명이던 유학생 수는 8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대학에 만족하고 있을까. 막상 이들이 한국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학교의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2주에 걸쳐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 후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실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번 주는 교육부가 실시한 ‘2012년 유학생 유치 관리 역량 인증제’ 평가에서 만 점을 받은 본교의 유학생 복지 실태에 주목한다.     본지는 가나, 말레이시아, 중국, 캐나다 등 9개국에서 온 유학생 16명을 만나 이들이 체감하는 학교의 유학생 관리 상태를 들어봤다. 또한, 유학생 관리문제를 연구해온 한양대 국제어학원 서남원 원장,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 이주희 팀장의 자문을 얻어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 전쟁 속 부실한 사후처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학생을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 부재

  이번 학기로 8학기 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유학생 ㄱ(시디‧10)씨는 원래 이번 겨울에 졸업을 하는 게 목표였지만 누락된 졸업 요건은 뒤늦게 발견해 졸업을 1학기 미루게 됐다. 한국인 재학생도 까다로워하는 교과과정이 오직 한국어로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ㄱ씨는 교과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졸업을 미룬 유학생이 본인 외에도 여러 명 있다고 말했다.

  심층 인터뷰 결과 외국인 유학생은 학제와 교과과정, 수강과목 전반에 대한 안내가 한국어로만 제공된다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홈페이지(ewha.ac.kr)의 교과 메뉴에는 단과대학(단대) 별로 재학생이 4년 동안 이수해야 할 교과과정이 PDF 형식으로 올라가 있다. 교과과정은 약 20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외국어 버전 교과과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영어 버전으로도 접속해봤으나 단대 및 소속 학과에 대한 소개만 영어로 돼 있을 뿐 4년간 이들이 지켜야할 학제와 졸업을 위해 참고해야할 교과과정 안내는 나와 있지 않았다.

  ㄴ(국제‧10)씨는 “신입생 때 국제교류처에서 교과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한국어라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외국인을 배려한 다양한 언어로 된 학제 설명서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유학생은 본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의 국적 분포를 고려하지 않은 외국어강의 개설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공시된 2013학년도 2학기 영어강좌의 수는 360개였다. 반면, 아시아권 언어로 진행되는 외국어강의는 어문계열의 일부 전공 수업이 전부였다. 국제교류처에 따르면 한국어나 영어 이외의 언어로 열리는 과목은 어학 전공 교과목을 제외하고는 없다.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유학생들의 필수교양과목 이수를 위해 영어트랙 학생을 위한 ‘영어강의반’과 한국어트랙 학생(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유학생)을 위한 ‘외국인반’ 을 구분해서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차원에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 넘어 산…유학생 취업 지원 프로그램 미비, 기업은 유학생 비선호

  말레이시아에서 온 ㄷ(시디‧10)씨는 여느 대학교 4학년 학생처럼 취업이 고민돼 경력개발센터를 찾았다. 그곳에 가면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ㄷ씨는 유학생만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ㄷ씨는 글로벌정보센터로 가보라는 직원의 말만 들은 채 집에 돌아왔다.

  졸업을 앞둔 유학생은 취업 문제에 있어서도 학교의 도움을 얻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었다. 한국어로 된 입사 지원서를 이해하기 어렵고, 힘들게 면접까지 갔더라도 한국어 면접에 관한 조언을 구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이외에도 취업 지원프로그램 정보가 부족하고 유학생을 관리하는 담당 기관이 업무를 미흡하게 처리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재학생 취업 지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기관은 경력개발센터다. 하지만 경력개발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재학생 대상 경력개발프로그램 41개 중 유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유학생 취업 및 진로 지원은 이따금씩 열리는 채용설명회가 전부였다. 경력개발센터는 외국인유학생취업은 국제교류처 산하 글로벌 서비스센터 담당이라고 말했으며, 기업에서 취업설명회를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 협조한다.

  국제교류처도 유학생만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은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교처는 “외국인유학생도 기본적으로 교내 경력개발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며 “또한 국내 각 기관에서 진행하는 유학생 취업박람회나 취업설명회 등에 대한 홍보는 국제교류처 홈페이지(oga.ewha.ac.kr)나 학생 개인 이메일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 취업률 통계에서 외국인 유학생 취업률은 계산하지 않는다. 경력개발센터에 따르면, 취업률 파악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필수가 아닌 유학생을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본교 유학생은 자신과 같은 선배 유학생이 얼마나 취업에 성공하는지, 어디로 취업하는지 알 수 없다.

  ㄹ(방송영상·10)씨는 “한국인 친구는 현직에 진출한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취업을 준비하는데 유학생은 선배의 취업 현황을 모르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학생들은 최근 들어 기업이 한국 대학 출신 유학생을 덜 선호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ㅁ(국문‧12)씨는 “입학 전 이대를 졸업하면 한국 기업에 취업이 잘 된다고 들었지만, 소위 한국의 명문대를 나와도 어설픈 한국어 때문에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불안한 구직 상황 속에서 학교에는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A기업 인사팀 직원 ㅂ씨는 “특출난 재능을 가진 외국인 유학생을 제외하고는 유학생은 우리나라 문화에 서투르고,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 우리나라 학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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