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열전(4) 장애학생지원센터 고윤자 연구원

▲ 장애학생지원센터 고윤자 연구원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학생문화관 1층에는 작은 사무실이 하나 있다. 살림은 책상 두 개와 둥그런 테이블 하나가 전부다. 이곳 장애학생지원센터(센터)에서 일하는 유일한 교직원인 고윤자 연구원은 센터의 모든 일을 관할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이 작은 공간에서 큰 변화를 일구고 있었다. 

  “민원업무와 서류작업량이 많아 가끔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과 수다 한 판이면 피로가 싹 날아가죠.”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장애 학생은 모두 고 연구원을 거친다. 그는 학생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 업무를 혼자 맡고 있지만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학생과 직접 만나며 일하니 점점 젊어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록 센터 내에는 저밖에 없지만 밖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많아요. 특수교육과 등 학과 교수님이 전문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장애학생도우미(도우미)도 약 80명이 있어 든든하답니다. 요즘은 교수님들이 센터로 찾아와 자신의 수업을 듣는 장애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은지 직접 묻기도 해요.”

  고 연구원은 장애 학생에게 직접 편의시설에 관한 조사를 해 교내 시설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본지 제1454호(6월3일 자)에 실린 ‘기자가 휠체어 타고 장애 체험해 보니’라는 기사는 고 연구원의 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평소 학교에 경사로가 많고 장애학생이 다니기에 미흡한 시설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실제 기자가 체험한 생생한 수기는 큰 충격이었어요. 기사가 나온 이후 재무처 시설팀과 이야기를 나눴고 현재 시설 보완을 계획 중이죠.”

  2006년 장애 학생 지원 업무를 처음 맡기 전에 느낀 막연한 두려움은 이제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업무 초반에는 혹시 장애 학생에게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친한 선배’처럼 종종 같이 밥을 먹으며 고민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됐다.

  “제가 처음 만난 학생은 청각장애 학생이었어요. 청각장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항상 준비했죠. 막상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건 그리 어렵고 큰일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친구는 제가 불편해 할까 봐 걱정해줬죠. 학생들도 수업시간에 필기를 돕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거드는 등 작은 배려가 큰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센터에서 일하며 만난 학생 한명 한명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는 고 연구원은, 그중 가장 특별했던 친구로 ‘세미’를 꼽았다. 세미는 1997년 본교에 입학한 시각장애 학생이 데리고 다니던 맹인안내견이다.

  “세미는 시각장애 학생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강아지였어요. 그 학생이 10년 가까이 재학했으니 세미도 10년 동안 통학했네요. 세미는 학생과 함께 듣는 수업이 지루했던지 수업시간에 큰 소리로 코를 골기 일쑤였죠. 또 항상 배고파해서 쉬는 시간마다 세미의 음료수를 챙겨줘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세미가 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이 참 재밌었네요.”

  고 연구원의 노력 덕분일까. 센터는 10월 초 교육부가 주는 ‘장애 대학생 도우미 지원사업 우수대학상’을 받는다. 고 연구원은 이 모든 영광을 센터 업무를 도와주는 교직원과 도우미에게 돌린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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