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꼬였다. 24일 본교 정문 앞에 한 남성이 ‘여성부 OUT’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남성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본교를 비하하는 트윗을 남겼다. 26일 그는 ‘(이대는) 지성의 전당이 아닌 창녀를 양산하는 포주다’, ‘연세대 근묵자흑이라 옆집 창녀들과 호기심에라도 놀지 말아라’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성 비하가 양성평등으로 둔갑했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개념 없는 여성을 일명 ‘김치녀’, ‘된장녀’, ‘보슬아치’라고 부르며 양성평등을 주장한다. 그러나 게시물과 댓글을 보면 비판이 아닌 여성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됐다. 게시글 등에는 김치녀에 대응되는 단어로 일본 여성을 가리키는 ‘스시녀’와 비교하며 ‘스시녀는 남성에 순종적여서 좋다’, ‘김치녀는 다리 벌릴 줄만 안다’ 등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본교는 여성 비하 이슈의 주요 타깃 중 하나다. 여자 대학이라는 점이 한 몫 한다. 작년 본교는 본교에서 6.25 때 떠내려 온 수류탄이 발견됐다는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18명을 고소했다. 악성 댓글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이 ‘수류탄을 XX에 박아야 한다’ 등 본교생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외에도 여성부, 여성인권 문제 등 여성과 관련된 이슈에 본교가 관련이 없는 기사여도 본교생을 성적 비하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양성평등은 남녀가 동등한 사회적 조건과 지위, 권리, 의무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 인권, 여성 인권 모두 성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것이다. 부당한 성차별이 있다면 그에 관한 구체적인 논리를 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차별은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남성, 여성할 것 없이 소수자 자리에 놓이기도 한다. 이때 맹목적, 극단적으로 한 성별을 혐오하며 비하하는 행위는 절대로 양성평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성역할의 틀을 깨고 있다. 최근 메이저 일간지에서 메이저 일간지 사상 첫 여성정치부장이 등장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연례보고서는 2011년 우리나라 성평등 순위가 135개국 중 107위라고 밝히며, 이유로 여성의 정치 참여, 경제 참여, 고위직 진출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진정한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려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남성과 여성은 대립 구도가 아닌 동반자로서 이해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이때 양성평등으로 포장한 특정 성 비하는 남녀막론하고 성평등이 아닌 저렴한 성차별일 뿐이다. 관심이 필요한 ‘관심병자’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거시적인 성 인권문제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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