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유지되는 첫 날로 올해는 9월 26일부터라고 한다. 이미 추석도 지났으니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전히 가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정해진 날짜에 가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문득 가을을 느낀다.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에서, 귀갓길에 스며오는 구수한 찌개 냄새를 통해서,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서, 그리고 세상을 파랗게 덮어버린 하늘에서도 느낀다. 이제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가을이 되었다.

  기온이 내려가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더구나 요즘 대학생의 최대 관심사가 취업이기 때문인지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원하는 직장은 단단한 벽처럼 답답하게 가로막혀 있고 해야 할 준비는 시간을 재촉한다. 이러다보니 정해진 4년에 대학을 졸업하기 보다는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종종 보인다. 취업과 관련된 준비를 위해 시간을 늦추는 이유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그럴듯한 내용을 채우고 영어공부를 하기 위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취업선호도에서 수년간 1위에 위치한 대기업 전자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직무적성검사 시험을 비롯해서 스펙을 쌓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 졸업을 연기한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나 두려움이 사라질까? 졸업 연기를 통해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시간의 활용도와 집중력은 떨어지기 쉽다. 냉정하게 스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자.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50% 이상이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거꾸로 말하면 50%에 가까운 담당자들이 스펙을 활용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펙은 입사를 위한 경연장에 입장하는 최소한의 자격을 의미할 뿐이지 입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즉 예선에 진출하였다고 본선에서 입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더 화려한 스펙이 우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업이 본선에서 요구하는 덕목은 품성과 업무수행 능력이다. 불행히도 우리 학생들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졸업생에 대한 기업체의 인식 평가에서 업무적응력, 조직융화력, 성실성과 책임감에서 다른 대학의 졸업생에 비해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에 관련된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막상 4학년이 되어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기 전까지 학교의 경력개발센터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학생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하고 사용 후기를 살펴보면서 막상 자신의 평생을 좌우할 직업을 선택할 때는 어떤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자신의 선택이 미래에 가져다 줄 결과가 얼마나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시스템이 흘러넘치고 있다. 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인생을 흔들어 놓을 중요한 선택을 위해서 미리 준비를 해보자.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작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우도 보인다. 혹시 주변의 기대나 남과의 비교가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인생을 남과의 비교나 주변의 기대감에 떠맡겨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다. 자신이 얼마나 가능성이 많은 사람임을 하나 뿐인 삶의 소중함을 늘 기억하기를 바란다. 시간에 따라 흘러가듯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나만의 미래를 위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졸업을 연기하면서까지 얻으려는 스펙이나 좋아 보이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과 당당하게 부딪히는 용기가 아닐까?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가을에 즐겨 듣던 음악이다. 사람의 청각은 유별나게 유행을 타지 않는지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가을을 기억나게 한다. 이번 가을에 조용히 내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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