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25일 영국 솔즈버리 카부츠 세일(Salisbury carboot sale)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에서 사람들이 여행가방에 물건을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영국, 오래된 것을 사랑하다
<2> 대학생, 중고 문화와 친해지기
<3> 자선이 중고 문화와 손 잡는 방법


  <편집자주> 거리에서 손때 묻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8월22일~1일 중고 문화의 메카라 불리는 영국 런던에서 중고 문화와 그 발전 방향을 취재했다. 본지는 ‘(해취 제목)’을 3회 연재해 중고 문화만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런던=조윤진 기자 koala0624@ewhain.net

  영국 킹스턴대(University of Kingston) 요나 아셀(Jonah Asher, 23)씨에게 중고품은 일상이다. 8월 아침, 그는 중고가게에서 산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그가 등교할 때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작년 카부트 세일(Car boot sale, 영국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으로 자동차에 잡동사니를 진열해 판매한다)에서 흥정을 해 35파운드(원화 약 6만원)에 산 것이다. 학교로 향하는 아셀씨의 가방에는 지난 주말에 그가 헌책방에서 찾은 한정판 소설책 「The Apes of God(신의 원숭이들)」가 들어 있었다. 그는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중고가게에 들려 새로 들어온 물건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중고가게를 찾는 아셀씨는 “중고품은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 애용한다”며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중고품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영국인은 중고품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중고품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암묵적으로 중고품이 ‘사용한 물건’이라는 점보다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 방점을 둔다. 자신이 입지 않는 옷을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에 가지고 나온 마리아 코드리(Maria Cordry, 31)씨는 “중고품을 팔러 나온 사람은 망가진 물건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버릴 것을 처리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중고 거래는 시장을 형성한다. 영국 더럼대(University of Durham) 니키 그래그선(Nicky Gregson) 교수(지리학과)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는 자선중고가게가 약 약 6000개가 운영되고 있다. 중고품은 작은 벼룩시장부터 대형 백화점까지 다양한 시장에서 거래된다. 중고 시장이 관광지로 인정받아 이익 창출 사업이 되기도 한다.

  영국 최대 규모 백화점 헤롤드(Harrods) 2층 잡화류 코너에는 새 가방과 중고 가방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영국인이 새 상품만큼 중고품을 많이 찾아서다. 새 상품 옆에 진열된 중고품은 사용기간과 가격이 함께 적혀 있어 새 상품과 비교할 수 있다. 헤롤드 백화점 판매홍보팀 크리스탈 피갓(Cristal Pigott) 팀장은 “고객들이 중고품을 찾아 별도로 진열코너를 운영 중이다”라며 “중고품 판매량이 새 상품 판매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의 중고 거래는 카부트 세일로 보편화됐다. 영국의 전통 중 하나인 카부트 세일은 마을 주민 누구나 열 수 있는 지역형 벼룩시장이다. 카부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불필요한 물건을 자동차에 실어와 트렁크나 범퍼 위에 진열해 판매한다. 킬번(Kilbun) 카부트를 주관한 미란다 제니간(Miranda Jernigan, 35)씨는 “카부트를 한 번 열 때마다 평균적으로 약 3000~4000명의 사람이 참여한다”며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가 이웃 간 교류 수준을 넘어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노팅힐(Nottiong Hill)에 자리한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 골동품, 중고품, 과일 등을 파는 런던 최대 규모 종합시장)의 경우 주 이용층이 지역 주민이 아닌, 관광객이다. 중고품에 빈티지의 개념을 도입한 결과다. 9년째 포토벨로 마켓에서 구제 옷을 판매하는 레슬리 호브(Leslie Hove, 31)씨는 “영국식 빈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토벨로 마켓이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며 “사용한 옷을 그대로 팔지 않고 의도적으로 30년 이상 묵히거나 손상시켜 빈티지로 만들어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영국인의 중고품 사랑은 기부로도 이어진다. 영국 거리 곳곳에 자리한 중고가게는 대부분 자선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자선중고가게는 기부 받은 중고품으로 수익을 벌고 수익금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달한다. 가게 간판에는 자신의 취급하는 품목과 기부하는 목적이 적혀있어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기부 목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수익금으로 고아를 지원하는 자선중고가게를 운영 중인 아리 디벤(Ari Dibben)씨는 “사람들은 중고품 자체를 기부하거나 중고품을 구입하며 금전적인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의 시간을 기부하기도 한다”며 “자선가게는 소비자, 기부자, 판매자 세 개의 집단이 모두 만족 할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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