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출신 첫 여성문화재청장 변영섭 인터뷰

▲ 문화재청 변영섭 청장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올해 이화에서 또 한 명의 여성 리더가 탄생했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한 변영섭 문화재청장(사학·71년졸)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본교 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1년부터 고려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관직에 나선 지 이제 여섯 달이 된 변 문화재청장을 7월1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차림새는 단출했다. 회색 개량한복에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에서 그의 소박한 면모가 느껴졌다. 첫 여성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청장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다만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유난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취임 이후 그의 행보는 모습과는 달리 소박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울산에 위치한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살리기 위한 열정은 그에게 ‘반구대 청장’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의 절벽 면에 약 7천년 전 문자가 없던 시절 새겨진 바위그림으로 우리나라 문화재의 맏형이다. 그러나 1965년 대곡천의 물을 얻기 위해 건설된 준공된 사연댐 때문에 1년 중 절반은 침수돼 있어 반구대 훼손이 심각하다. 더욱이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암석은 진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이암’으로 물에 취약한 성질을 지녀 해결이 시급한 상태다.

  이에 변 문화재청장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그는 문화재청 내 반구대 전담 태스크포스(Task Force, 여러 부문의 전문가가 모인 특별 기획 팀)를 운영하고 카이네틱 댐(수위 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투명막으로 된 댐)을 설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로 그가 반구대 암각화를 지킨 지 10년째다.

  “2003년 한국미술사학회장을 맡았을 때 반구대 앞에 유물전시관을 짓는 계획에 반대했어요. 이때부터 반구대 암각화와 인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죠. 반구대가 우는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밟혀 그만두지 못하겠더군요.”

  변 문화재청장의 문화재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독서를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았다. 변 문화재청장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문화재, 미술 등의 예술을 통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학과로 진학했다.

  대학시절 그가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했던 경험은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학에 진학해 진홍섭 교수님을 만나면서 미술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대학 시절 교수님과 함께 전라남도 보성지방으로 답사를 갔어요. 그 시절로는 드물게 울긋불긋 차려입은 처녀들이 버스 가득 타고 오니까 모여든 마을 분들이 우리 답사 일행에게 오늘 저녁 몇 시에 공연이 있는지 물었답니다. 두고두고 웃음이 나는 사건이었지요.”

  그는 이화에서 얻은 것으로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정신을 꼽았다. “이화에서 저는 한 인격체로서 당당하고 소신 있게 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가치 있는 일을 위하여 원칙과 소신대로 살아야 한다는 믿음은 변함이 없어요. 그 믿음이 있어 10년 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지켜올 수 있었죠.”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여행과 독서로 경험을 많이 쌓아 문화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정치, 사회,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바야흐로 21세기 문화의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문화의 시대에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죠. 시대의 흐름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여행입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맞는 지성인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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