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 여기, 함께, 살아가고 있다
  • 변태소녀하늘을날다
  • 승인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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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7일 토요일,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청계천 광통교에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 대하여 축하와 환영을 보낸 사람들도 많았지만, 반대나 비난을 보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동성 커플이 자기들만의 언약식을 하고, 조용히 그들의 일상을 영위해 간다면 그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대사회적으로 내세울만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 라는 비난 여론에 대하여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결혼을 한다는 것에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약속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 사랑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한 존재한다. 또, 김조광수 감독은 굳이 공개 결혼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 바 있다.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공개 결혼식을 하면 우리를 이제 부부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이며, 혼인신고가 반려된다면 법적으로 결혼이 인정받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부’라는 호칭을 원하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올 9월, 변태소녀하늘을날다(이하 ‘변날’)에서는 손글씨 신입모집 포스터를 붙인 바 있다. ‘변날’은 올해로 11년째 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치단위이다. 그런 만큼 타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퀴어 인권운동 모임들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이대는 동성애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보다 우호적이고 익숙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신입모집 포스터는 약간의 논란을 불러왔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레즈비언에게 우호적인 사람에게도 거부감이 든다.’ 등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변날’이 인쇄용지에 프린트한, 격식을 갖춘 포스터나 자료집에 대하여는 없었던 반응이었다. 인쇄된 활자 너머에 존재하던 ‘변날’은 괜찮았지만, 손으로 쓴 필기체로, 일상의 언어로 말하는 것은 불편하다면, 왜 불편한 것일까?

  동성애자는 어디에나 있다.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변날’이 일상어로 쓴 손글씨 포스터는 동성애자의 삶에서 흔한, 구체적인 언어를 담고 있으며, 소통을 원한다면 ‘변날’에 와줄 것을 말하고 있다. ‘다양한 사랑과 정체성은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명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동성애자의 언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라면, 다양한 사랑과 정체성이 존중받는 사회는 바로 그 불쾌함 때문에라도 요원할 것이다. ‘동성애자가 사회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들끼리만 조용히 살아간다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라는 생각은 ‘우아한 호모포비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변날’은 인권운동모임이지만, ‘변날’이라는 자치단위를 구성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함께 이화 안에서 공부하고, 사랑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도 하고, 시시한 농담도 나누면서 바로 여기서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더 가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이화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