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처음으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일반교양 과목 강의를 시작하였다. 우리 이화인들이 행복에 관한 과학적, 철학적, 종교적 성찰을 통해 평생에 걸쳐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늘 행복할 수 있는 스스로의 방법론을 터득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과목이다. 처음 열린 일반교양과목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경영학 교수가 강의하는 행복경영 방법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감사하게도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해주었다.

  개강 첫 주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비교적 과학적으로 잘 검증된 세 가지 ‘행복지수’ 진단지로 학생들의 행복도를 측정하였더니 ‘매우불행’하거나 ‘불행’하다는 응답이 52.5%로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힘들어 할 줄이야 싶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졸업이 가까워 올수록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스펙(specification) 쌓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졸업학년이 아니더라도 캠퍼스의 낭만은 옛 전설이 된지 오래고 수강신청 경쟁, 성적관리 경쟁, 영어점수 따기, 해외연수, 외국어 구사, 각종 자격증 따기, 좋은 회사에서의 인턴쉽, 각종 공모전 입상, 면접적응훈련 등으로 방학도 반납하고 휴학까지 해가며 스펙관리를 하고 있지만 늘 불안하고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위축되면서 우울해진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취업이 되면 행복할까? 올해 4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한국 직장인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55점으로서 매우 불행하다는 보고이다. 지난 2006년 LG경제연구원과 갤럽이 조사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49.7점으로 큰 차이가 없이 많은 직장인들이 불행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최근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20대 30대 청춘들에게 행복의 필요조건을 물었더니 79.8%가 압도적으로 ‘돈’을 꼽았고 55%가 ‘직업’과 ‘건강’을 꼽았으며 50%가 ‘레저’를 꼽았다고 한다. 과연 이런 조건들이 만족되면 행복해 질까? 그 답은 ‘아니오’이다.
긍정심리학 분야와 조직의 행복경영 분야를 비롯한 최근 15년여의 많은 과학적 연구결과와 행복을 진지하게 탐구했던 동서양의 훌륭한 철학자들의 통찰, 그리고 주요 종교의 지도자들이 제시한 조언에 따르면 오히려 그러한 조건들을 쫒을수록 행복에서 멀어져 간다는 결론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과학적 연구결과와 오랜 인류의 현명한 지혜가 제시하는 행복의 의미이자 구성요소를 거칠게 요약하면 SPEC (스펙)이다. S: Social Well-Being, P: Psychological Well-Being, E: Emotional Well-Being, C: Confidence 이다.

  먼저 (E)정서적 안녕감은 기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정서의 경험, 불안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가 없는 것, 삶에 대한 만족감 등의 차원이며, (P)심리적 안녕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수용, 개인적 성장느낌과 도전정신, 삶의 의미와 목표, 외부환경에 대한 통제,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에 대한 편안함, 타인과의 긍정적 인간관계 등의 차원이다. (S)사회적 안녕감은 타인다양성에 대한 수용,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배려, 사회적 기여, 사회에 대한 관심과 의미부여,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 등을 의미한다. 끝으로 (C)는 앞의 세 가지 주관적 행복요소를 스스로 잘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의미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SPEC 측면의 점수가 높을수록 더 행복하다 즉, 행복은 SPEC순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 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행복한 직원을 가진 회사가 경영성과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면서도 과연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적었다.

  우리가 불행하다는 것을 반증하듯 최근 10년간 행복관련 책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행복의 의미뿐만 아니라 행복 SPEC 점수를 높이기 위한 과학적인 실천방법도 잘 제시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의 시작과 함께 우리 이화인들이 인생에 한 번 쯤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가을학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번 가을부터는 스펙대신 행복 SPEC을 쌓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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