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규제 부족으로 성행하는 강의매매
인식·규제 부족으로 성행하는 강의매매
  • 조윤진 기자
  • 승인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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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ㄱ(경영·09)씨는 이번 학기에 전공수업 ‘마케팅 전략’을 들어야 졸업할 수 있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그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에 수업을 팔면 사례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 강의를 팔겠다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ㄱ씨는 사례금으로 7만원을 건넸다.

   #2 ㄴ씨는 수강신청 경쟁률이 392대 1(5일 타임테이블 기준)에 달하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을 신청해두고 이화이언에 강의를 팔겠다는 글을 올렸다. 강의는 30분 만에 5만원에 거래됐다. 그는 “학점이 남는 경우 남은 학점으로 인기강의를 신청해둔다”며 “팔리지 않아도 수강철회기간에 철회할 수 있어 밑져야 본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수업을 판매목적으로 선점하는 경우, 수업이 필요한 수강생이 수업을 듣지 못해 결국 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강신청 변경기간마다 각종 강의 평가 사이트에는 신청하지 못한 수업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본지 집계결과 수강신청 및 변경기간이었던 8월5일~8월8일, 이달 2일~5일 이화이언 열린 광장 게시판에 올라온 강의매매 글은 모두 107건이었다. 같은 기간 강의평가 사이트 타임테이블(timetabl.com)에는 강의매매 글 약 800건이 올라왔다. 강의매매 글은 5,000원 상당의 기프티콘(음료 같은 상품을 모바일로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시지 쿠폰)부터 10만원 상당의 현금을 사례금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거래는 매매하기로 한 학생이 약속한 시간에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수업신청을 취소하고, 그 사이 구매학생이 수업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강신청 기간에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강의매매는 부당한 독점행위로, 교무처 학적팀은 이를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로서, 학칙에 의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과 교수는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으며, 인식해도 학생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강의를 구입하는 학생들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경제 세미나’ 수업을 거래한 ㅁ(불문·12)씨는 “주변에서도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3번 이상 강의를 샀지만 죄책감을 가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10만원까지 사례 의향을 밝힌 ㅂ씨는 “강의를 넣지 못해 한 학기 내내 시간표도 불편해지고 학점을 적게 듣게 된다”며 “나중에 초과 학기를 다닐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사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교수와 학생 대부분이 강의매매 상황이나 문제점을 모른다는 점이다. ㄹ교수는 “강의가 인터넷 상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인간다움’을 배우는 인문학 수업에서조차 모든 것을 금전으로 해결하려는 배금주의가 만연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의매매는 학칙에 따라 징계사유 돼

  이처럼 금전을 이용해 강의를 거래하는 행위는 수강생의 교육권을 침해한다. 법학대학원 ㄷ교수는 “수업은 거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거래를 하는 행위는 잠재적인 강의소유자인 학생의 교육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학생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없다면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무처 학적팀에 따르면 이 같은 강의매매는 학사제도에 위배된다. 강의매매를 한 학생은 학칙 제59조에 명시된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며 적발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그러나 학칙이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학생들의 지적도 있었다.

  ㅅ(통계·11)씨는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위라는 학칙은 너무 모호하다”며 “매학기 강의매매를 하는 학생 수를 감안할 때 적발된 학생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처벌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강의매매 규제하는 움직임 확산…한양대는 매매금지

  일부 대학은 강의매매를 학교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다. 한양대는 본교와 달리 학칙에 강의매매를 금지하는 구체적인 조항을 담고 있다. 한양대 교무처 학적팀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물관리팀을 운영해 강의매매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강제로 삭제하고 있다”며 “개인의 신상이 확인될 경우 신청한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강의 수를 늘려 강의매매로 이어지는 수요를 충당하려 했다. 광운대는 재작년 9월, 온라인 강의가 매매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온라인 강의 수를 기존의 20% 가량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광운대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강의매매 방지를 위해 점차 강의 수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강의매매 글을 규제하기 위해 총학생회와 협력하는 방법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