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이화의 사제 <2>

▲ 장수진씨(에코과학부)가 제주도 연안에서 제돌이를 관찰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 가을부터 제돌이 행동연구를 통해 방류를 도왔다. 그는 12월까지 계속해서 제돌이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제공=장수진씨)


  푸른 제주 앞바다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약 120마리가 살고 있다. 이 무리에 얼마 전 비좁은 수족관에서 벗어나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온 제돌이가 함께 했다. 제돌이는 2009년 돌고래쇼 회사 퍼시픽랜드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불법거래 된 후 4년만에 넓은 바다로 돌아갔다. 본지는 제돌이가 다시 야생에 적응하기까지 도움을 준 이화인을 인터뷰해 제돌이의 귀향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주 장이권 교수(에코과학부)에 이어 현장에서 제돌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본교 대학원생 장수진씨(에코과학부 박사과정)를 5일 서면으로 만났다.

  “제돌이가 야생 돌고래 무리와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고 뿌듯했어요. 꽤 오랜 시간 수족관에 있었으면서도 야생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대견했죠.”

  제돌이가 가는 곳에는 항상 장씨가 있었다. 장씨는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도로 돌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함께 했다. 그는 작년 가을 서울대공원에서 제돌이와 야생돌고래를 비교 연구하며 제돌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제돌이가 제주도 가두리 양식장으로 이동한 후에는 제돌이의 행동이 훈련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연구했고, 방류 후에도 제주도 연안에서 제돌이를 계속해 지켜봤다.

  석사 때 수컷 왕귀뚜라미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던 장씨는 돌고래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해양연구 분야는 현장 연구 경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연구 경력이 없는 장씨는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장이권 교수가 장씨에게 방류 프로젝트에 동참하길 제안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했죠. 이번에 제돌이를 방류하면서 제가 해양생물 연구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바다와 필드에 나가 연구하는 것을 좋아해서요. 제돌이는 제 진로 선택에 확신을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좁은 수족관에 갇혀 있던 제돌이는 넓은 바다로 돌아가자 확연히 달라졌다. 수족관에서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것과 달리 바다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며 놀았고, 잠을 자거나 쉬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제돌이가 야생 본능을 되찾고 있는 중이라는 첫 신호였다.

  제돌이의 먹이 사냥 능력도 늘었다. 움직이지 않는 고기를 받아먹던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부터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훈련을 받았다.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실제 바다에 서식하는 다양한 물고기를 사냥해 먹도록 하는 먹이사냥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제돌이에게 먹이를 줄 때는 가림막을 설치해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먹이 사냥 훈련과 동시에 사람과 멀어지는 훈련을 위해서다.

  “체력이 약했던 제돌이는 서울에서 시골로 온 전학생 이미지였어요. 활기찬 시골 애들을 쫓아다니느라 헥헥 거리는 도시 아이요. 걱정이 많았는데, 제돌이가 먹이 사냥 능력이 뛰어나 걱정을 덜었죠.”  

  장씨는 방류 이후 약 한 달간 하루 평균 100km를 차량과 선박으로 돌아다니며 제돌이를 포함한 방류 돌고래를 모니터링했다. 제돌이 지느러미에 새겨진 동결표식 덕분에 제돌이를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었다. 그는 제돌이의 행동패턴을 관찰해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장씨가 야생으로 돌아간 제돌이를 마지막으로 본 날은 8월27일이었다. 

  “그날 제가 본 제돌이는 영락없는 야생 남방큰돌고래였어요. 제돌이는 50~60마리로 이뤄진 무리의 선두에서 다른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죠. 이 무리에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춘삼이, 삼팔이도 있었어요. 세 마리 모두 야생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었어요.”

  장씨는 6일 학업을 위해 제주도에서 돌아왔다. 그는 12월까지 제돌이 연구와 학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관심 분야인 동물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남방큰돌고래 행동과 연결시켜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제돌이를 통해 찾은 제 길을 계속 걸어갈 거예요. 제돌이도 푸른 제주 앞바다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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