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이배용 전 총장 인터뷰

▲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본교 이배용 전 총장.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한국 여성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다. 본교 이배용 전 총장은 박물관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4월에 건립추진위원회(건립위) 위원장을 맡았다. 최초의 여성사 박물관- 탄생을 위해 동분서주 중인 이 위원장을 4일 이화역사관에서 만났다.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닦은 선덕여왕을 보세요. 우리나라 여성사를 살펴보면, 한국 여성이 상생의 리더십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상생 리더십이 국립여성사박물관을 통해 전파돼 전국민 통합시대가 왔으면 해요.”

  국립여성사박물관에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한국 여성사 전반을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역사 인물의 증언을 바탕으로 현대사를 재구성하고, 이들이 당대 사용했던 생활용품, 복식 등으로 생활사를 보여줄 예정이다.

  “고대의 웅녀부터 현재 대통령까지, 노동자부터 여왕까지. 모든 시대와 계급을 통틀어 다양한 한국의 여성상을 보여줄 거예요. 우리나라 전반적인 여성사에 관해 통시적으로 스토리텔링 해주는 박물관을 만들겁니다.”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부 시민은 “남성사 박물관은 왜 짓지 않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여성사는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제 주위에도 건립에 회의적인 분들이 계셨어요. 하지만 그분들께 여성사는 바로 여러분의 할머니, 어머니의 역사라고 말하니 모두들 숙연해지더라고요. 지금은 건립을 반대하셨던 분들이 오히려 저를 돕고 계세요.”

  현재 박물관 건립 사업은 이런 어려움을 딛고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 국회와 여성부가 박물관 건립 지원을 잠정적으로 약속한 가운데 박물관건립을 위한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이 5월 발의됐다. 개정안이 통과돼야 부지 확보 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재 건립위는 전시할 자료를 미리 수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사회에 감동과 도전정신을 전해줄 것으로 확신했다. 한국 여성은 나라발전에 소리없는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자기개발을 이뤄온 만큼 분명 사회에 귀감이 된다는 것이다.

  “본교 출신이자 최초의 여의사인 박에스더를 보면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죠. 박물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도전정신을 본받길 바라요. 이것이 바로 제가 국립여성박물관을 세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끝으로 이 위원장은 미래의 여성 리더가 될 이화인에게 ‘주전자 의식’을 갖고 한국 여성사를 새로 쓰길 바란다고 했다. ‘주전자 의식’이란 주인 정신, 전문성, 자신감을 이르는 용어로 그가 강단에 설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 이화인이 주전자 의식을 새기고 산다면 선덕여왕에 버금가는 새 여성 리더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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